대한항공, 코로나 백신 운송 ‘대박’ 기대

백신 원료 수송 개시…’콜드체인’ 업체 계약 등 인프라 확충

9월부터 본격적인 준비 착수…백신 본격수송하면 수혜 클듯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과 함께 전 세계 백신 접종이 개시되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백신 수송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 항공사는 코로나19 이후 화물 사업을 확대하는 한편, 백신 수송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관련 인프라를 갖춰 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백신 보급이 본격화되면 이들 항공사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지난 8일과 16일 각각 국내 업체가 생산한 백신 원료 800㎏(드라이아이스·컨테이너 포함)씩을 생산 공장이 있는 유럽과 일본에 각각 수송했다.

코로나 백신은 제품별 특성에 따라 -60℃ 이하의 극저온, -20℃ 이하의 냉동, 2~8℃의 냉장 유지 등 다양한 온도 맞춤 수송인 ‘콜드체인’이 필요하다. 이는 제품 생산부터 소비자에게 배송되는 동안 일정한 저온 범위를 유지하기 위해 적용하는 활동과 장비로 온도에 민감한 식재료나 신선제품, 의약품 등을 제조·보관·운송하는 유통 전 과정을 말한다.

대한항공이 수송한 백신 원료 역시 -60℃ 이하의 극저온 운송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의약품 수송 전용 특수용기에 탑재했다. 이 특수용기는 208㎏의 드라이아이스가 사용되며 별도의 전원 장치 없이도 -60℃ 이하 상태를 120여시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온도조절 컨테이너 업체들과의 계약을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콜드체인 전문기업 ‘펠리컨 바이오서멀’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펠리컨 바이오서멀은 -50℃~25℃의 냉동·냉장이 필요하거나 주변 온도를 일정하게 조절해야하는 화물을 안전하게 유통할 수 있도록 온도 제어 포장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밖에 대한항공은 외국 5개 업체는 물론 국내 기업 10여곳과도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를 통해 약 1만개의 컨테이너를 운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또 대한항공은 현재 인천공항 자사 화물터미널에 약 90톤의 온도 조절 화물을 수용할 수 있는 1292㎡ 규모 냉장·냉동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 상반기 중에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1872㎡ 규모의 신선 화물 보관시설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역시 인천공항에 온도 조절이 가능한 850㎡ 규모의 냉동 창고를 보유한 아시아나항공도 일찌감치 백신 수송 준비를 마쳤다. 인천화물서비스터미널에 특수컨테이너 충전 시설 등을 확충했고, 최근 백신 운송 표준 절차도 마련했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분석해 운항 일정과 전세기 운항 등을 조정할 계획이다.

이들 항공사는 지난 9월부터 백신 수송을 대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선제적으로 관련 준비를 해 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IATA로부터 의약품의 항공운송 전문성과 우수성을 증명하는 국제표준 인증(CEIV Pharma)을 취득한 바 있다.

국제표준 인증을 받은 항공사는 전 세계에서 양사를 포함해 18곳밖에 되지 않는다. 백신 등 의약품 수송은 이 인증을 가진 항공사만 가능한 만큼 국가간 백신 운송이 본격화되면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된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IATA의 CEIV Pharma 인증을 받아 백신을 수송할 수 있는 극소수의 항공사에 수혜가 집중되며 타 항공사와 차별화되는 증익기조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최근 우리 정부가 얀센과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만큼 내년 국내로 백신을 들여오는 작업을 이들 항공사가 맡을 가능성도 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그동안 관련 준비를 철처히 해온 만큼 진행한다면 문제 없이 백신을 들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선 백신을 포함한 화물 운송 맞춤 전략이 4분기 빛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상 4분기는 화물 수요가 급증하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이 있는 계절적 성수기로 불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분기 대한항공은 매출액 1조8704억원, 영업이익 102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흑자며, 전년 동기 대비로도 흑자 전환이다.

아시아나항공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앞서 아시아나항공는 화물 주력 노선인 미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화물 수송을 늘린 결과 2분기부터 2개 분기 연속 화물 호조로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대한항공이 국내 최초로 백신 원료 수송에 나선다. 대한항공은 지난 8일 KE925편 인천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행 여객기로 컨테이너 및 드라이아이스를 포함한 코로나 백신 원료 약 800kg을 수송했다. 대한항공이 수송한 백신 원료 물질은 국내 업체에서 생산되어 -60℃ 이하의 냉동 상태로 최종 목적지인 유럽 내 백신 생산 공장까지 운송됐다. (대한항공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