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되는거 알면서’…대선연기 제안 진짜 이유는?

GDP 최악 발표에 경제문제 가리려 ‘깜짝쇼’

“우편투표는 불리하다”는 인식에 방해 작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연기를 제안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선 가도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트위터에 “사람들이 적절하고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연기하는 건 어떨까”라며 대선 연기를 제안했다.

◇ GDP 사상 최악…경제문제 가리려 ‘깜짝쇼’

이같은 ‘정치쇼’는 이날 79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미국 경제지표로부터 유권자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치적으로 꼽았던 경제가 곤두박질치자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대선 연기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지적이다.

버지니아대 선거 분석가 카일 콘디크는 이에 대해 “트럼프의 전형적인 접근법을 따르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의회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선거를 제안한 것은 오늘 아침의 형편없는 국내총생산(GDP) 수치에서 화제를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앞서 상무부는 미국 2분기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32.9% 줄었다고 발표했다. 1947년 분기별 성장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 지지율 격차 너무 커

트럼프의 제안은 또한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망론이 부상하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모든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의 재선 실패를 가리키고 있었다.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집계한 여론조사 평균(6월2일~7월22일)을 보면, 바이든은 전국 단위 조사 10개에서 트럼프한테 6.4%포인트(p) 앞서고 있다.

◇ 우편 투표 막기 위한 사전 포석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대선 연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을 알면서도 대선 연기를 언급한 것은 우편투표 확대를 막기 위한 ‘밑밥 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보편적인 우편투표(부재자 투표 얘기가 아니다. 부재자 투표는 좋다) 도입으로 2020년은 역사상 가장 부정확하고 사기 치는 선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선거일이 연방법에 11월 첫째주 월요일, 화요일로 정해져 있어 날짜를 바꾸려면 의회 동의가 필요한 데다, 헌법상 내년 1월20일 이후로 대통령 취임식을 연기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아 대선일을 바꾸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 주 동안 미국 각지에서 코로나19 신규 환자 수가 급증하자 우편투표를 확대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자, 이를 잠재우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우편투표를 확대하면 외국 정부가 선거 과정에서 개입할 수 있거나 부정 선거가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우편투표자가 늘어나면 투표율이 낮은 젊은층이나 흑인의 투표를 북돋아 야당인 민주당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