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인류 행동에 어떤 영향 남길까

일상 복귀하면 사회적 거리두기 관행 포기 가능성 높아

백신 보급되면 다시 예전으로…심리적 공포-흔적 남길 것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세계에서 시행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인류의 행동 양식에 어떤 장기적인 영향을 남길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마스크 쓰기나 개인간 물리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등은 코로나 종식 후에도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재빨리 기존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인간은 사회적 동물…사회 속에 은둔자는 없다”

호주 뉴캐슬 대학의 행동경제학과의 데이비드 새비지 교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조차 친구들에게 불평하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사회 속에는 진정한 은둔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끝난 후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했던 관행을 기꺼이 포기할 것이라는 의미다.

2002년 발생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기억이 생생한 홍콩은 코로나19 발생 직후 마스크, 재택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빠르게 도입했다. 하지만 몇주 지나지 않아 사람들의 경계심이 해이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처벌의 강도를 더욱 높여갔다.

이 이유에 대해 홍콩과학기술대학교(HKUST)의 행동경제학자 도널드 로우는 “사람들에게 사회활동을 줄이고 집에서 일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기존의 습관을 포기하도록 하는 큰 인지적, 행동적 부담을 지운다”면서 “그래서 얼마 후 많은 사람들이 ‘피로’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 역시 사람들이 예전의 습관으로 쉽게 돌아갈 것이라고 보면서도 원격회의나 온라인 학습 등은 팬데믹 이후의 삶에도 쉽게 통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심리적 영향은 길게 남을 것”

사회적 거리두기는 매우 다양한 정도로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영국의 워릭 대학, 옥스퍼드 대학, 미국의 프린스턴 대학을 비롯해 전세계 연구자들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0% 이상이 집에 머물고 있다고 답했으며 90% 이상은 사교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국가별로 편차가 있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필리핀 등이었으며, 벨라루스, 러시아, 도미니카공화국 등에서는 이 정책에 대한 협조 수준이 낮았다.

특히 필리핀 정부는 사람들간 최소 1미터(m)의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등 사회적 거리를 확실히 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다. 경찰은 거리 및 격리 규정 위반으로 수백 명을 체포했다. 극약 처방은 심리적으로도 깊은 흔적을 남길 것으로 전망됐다.

필리핀 마닐라 대학의 공중 보건학 교수인 로널드 델 카스티요는 “코로나 진정 후 행동 변화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지만 심리적 영향은 장기적으로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누군가가 재채기나 기침을 하면 사람들은 계속 움찔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카스티요 교수 역시 시간이 많이 지나면, 특히 백신이 널리 보급되면 코로나 이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 “타인을 보호해야할 때 더 기꺼이 행동 바꾼다”

더블린 소재 경제사회연구소 행동연구실의 셰인 티몬스 연구원은 아일랜드인들이 산책이나 달리기를 할 때 2미터 거리를 유지하는 규범이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과 계속 접촉할 계획이 있지만 노인과 의료인 등 취약계층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될 때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을 더 기꺼이 바꾸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도 타인들과 계속 연결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회적 고립감은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과기대 로우 교수는 “세계의 다양한 관습 차이에도 팬데믹은 모든 이들을 사회적 거리두기의 신세계로 몰았다”면서 “국적이 어디든 두려움을 느끼는 뇌 편도체 위치는 똑같다”고 말했다. 모든 인간은 똑같이 질병의 공포도 있지만 사회적인 고립의 공포도 있기에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사회적인 인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의미다.

12일 열린 ‘2020 대구 기독교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