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찬양인줄 알았다”…처참한 민주평통 수준

임명행사서 “윤 대통령은 빛나는 태양…구국의 지도자”

한국 집권세력 전위대 전락…”해외협의회 해체” 목소리

대한민국의 평화통일 정책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노골적인 친여 성향 정치단체로 변신해 미주 등의 해외협의회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한국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민주평통 간부위원과의 통일대화’에서 김관용 수석부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격려사에 이은 답사에서 “먹구름 위 언제나 빛나는 태양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먹구름을 걷어내고 혼란 속에서 나라를 지켜내신 구국의 지도자, 바로 우리 민주평통 의장의신 윤석열 대통령이시다”라고 말했다.

김관용 수석부의장의 찬양은 이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국가 도약, 나토 정상회담, 포성이 울리는 우크라이나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면서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이런 지도자를 만난 적이 있느냐”고 참석자들에게 되묻기도 했다.

이같은 답사 내용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북한 김정은 찬양사인줄 알았다”거나 “대통령이 무슨 사이비 종교 교주냐”는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민주평통 사무처는 이같은 ‘신앙고백’이 민망했는지 보도자료에는 김관용 수석부의장의 답사를 “자문위원들은 밑으로부터 결의를 다지고,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의 자문위원으로서 현장을 발로 뛰면서 그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내용만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새로 임명된 제21기 지역 부의장과 국내 및 해외협의회장, 운영 및 상임위원 등 33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애틀랜타협의회 오영록 회장과 마이애미협의회 스티브 서 회장도 현장에 있었다. 윤 대통령은 격려사를 통해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그 맹종 세력, 기회주의적 추종 세력들은 허위조작, 선전 선동으로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려는 심리전을 일삼고 있으며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평통 해외협의회의 친 여권 성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 21기처럼 노골적인 색깔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어서 앞으로 한인사회에서 민주평통의 활동을 둘러싸고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애틀랜타협의회의 경우 새로 임명된 109명의 21기 자문위원 가운데 ‘태극기 운동’ 등을 주도한 극우 인사가 다수 포함돼 있어 필요없는 한인사회내 이념갈등을 부추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제20기 애틀랜타협의회 여성 자문위원을 지낸 한 인사는 “김형률 전 회장은 민주당 정권의 방침을 좇아 미 의회 일각에서 추진되던 종전협정을 지지하다 정권이 보수쪽으로 바뀌자 금방 태도를 바꿨다”면서 “자율적으로 평화통일에 대한 제언을 한다는 본래의 취지는 잊고 집권세력이 시키는 일만 처리하는 전위대로 전락한 만큼 해외협의회 폐지나 보이콧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 2019년 11월 개최된 민주평통 시애틀협의회 출범식 모습.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이 플래카드에 포함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평통 간부들을 격려하고 있다./대통령실
민주평통 간부회의 모습/대통령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