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관저 이어 대통령 별장?…불법이민자 이송 공방 격화

불체자 태운 비행기 이동 보도에 백악관 “주 공무원과 긴밀 협력”

민주, 강제 이송 수사 요구…공화 지도부 “좋은 생각”이라며 지지

남부 지역의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 북부 민주당 텃밭 지역으로 불법 이민자들을 이송하는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공화당 주지사들이 바이든 정부의 이민·국경 정책에 항의하기 위해 워싱턴 DC 부통령 관저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여름 별장을 다음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것이란 보도가 나온 가운데 이민자들이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 이송됐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는 등 논란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20일 브리핑에서 불법 이민자들을 태운 비행기가 바이든 대통령의 여름 별장이 있는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해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와 관련, “비행기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세기는 지난 14일 공화당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텍사스주의 불법 이민자 50명가량을 매사추세츠주의 부유층 거주지 마서스비니어드에 이송할 때 사용한 비행기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장-피에르 대변인은 “디샌티스 주지사의 유일한 목적은 공산주의를 피해 도망친 이민자들을 정치적 볼모로 혼란을 조장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디샌티스 주지사가 이민자들을 델라웨어주로 보낸다고 하는데 그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델라웨어주에) 꼭 방문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아름다운 해안선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 정치권에서 불법 이민자 이송 논란은 공화당 소속의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이민자의 이송을 주도한 가운데 디샌티스 주지사가 가세하면서 가열된 상태다.

그동안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인 텍사스, 애리조나, 플로리다 지역에서 워싱턴 DC, 뉴욕, 시카고, 마서스비니어드 등에 약 1만3천 명가량이 이송됐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보도했다.

특히 이 가운데 약 100명은 지난 15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워싱턴DC 관저 앞으로 보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불법 밀입국 알선업자들이나 할 만한 수법”이라면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 차기 대권 주자 중 한 명인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민자들이 집과 일자리 제공 등에 속았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연방 정부 차원의 조사도 요구했다.

실제 민주당 소속인 하비에르 살라자르 텍사스주 베어 카운티 보안관은 전날 이민자들이 거짓 약속에 속아 이주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마서스비니어드 이송 건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반면 공화당 지도부는 공화당 주지사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일부 주지사들이 북부의 다른 지역으로 불법 이민자를 이송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 남부 국경에서 2022년 회계연도(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 말까지)에 체포된 불법 이민자가 200만명이 넘었다는 최근 보도도 이민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중앙아메리카나 멕시코에서 오는 이민자들은 갈수록 줄고 있다”면서 “내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로, 이전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장-피에르 대변인도 “남서부 국경의 이민자가 증가한 것은 사람들이 억압적 독재국가인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에서 도망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과거 불법 이민자들과 성격과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