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 휴대폰 해킹, 사우디 왕세자가 배후”

사우디 측 “터무니없다” 부인…트럼프 연관설까지 제기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이자 워싱턴포스트(WP) 소유주 제프 베이조스의 스마트폰을 해킹한 것으로 보인다는 디지털 포렌식 결과가 나와 파장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컨설팅업체 FTI컨설팅은 21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왓츠앱’ 계정이 베이조스의 스마트폰 해킹에 연루됐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베이조스가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 만찬에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전화번호를 교환한 뒤 스마트폰으로 정체불명의 비디오 파일을 받았는데, 사우디 측에서 이 파일에 숨겨진 악성코드를 이용해 전화기에 저장돼 있던 베이조스의 개인정보를 빼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베이조스의 보안 담당자 개빈 드 베커도 작년 3월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베이조스의 불륜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 그의 사생활을 폭로하는 보도를 내보내자 “사우디 측에서 베이조스의 전화기를 해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적이 있다.

사우디 측은 이 같은 FTI컨설팅 보고서 내용에 대해 “터무니없다(absurd)”(주미 사우디 대사관)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호사가들 사이에선 WP에서 사우시 왕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쓰던 자말 카슈끄지가 작년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 방문 뒤 사우디 정보요원들에게 살해된 사건과 베이조스의 휴대전화 해킹 건이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탈 석유 개혁’의 일환으로 해외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가 세계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고자 휴대전화 해킹을 통해 베이조스의 약점을 잡으려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사우디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앙숙’인 베이조스를 노리고 왕세자와 암묵적인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Source: Jeff Bezos Twi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