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마스크 벗어라?”…한국 기자의 애틀랜타 입국기

공항 입국심사장 직원은 마스크 착용…”마스크 써도 괜찮아요”

공항 나오니 마스크 쓴 사람 없어…아프면 외출않는 문화 영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우려로 인한 마스크 착용은 공항과 비행기에서만 권장합니다. 미국 현지에서 마스크 착용은 오해의 소지를 줄 수 있으니 마스크 착용을 금해주시기 바랍니다.”

행사 취재 차 미국 출장을 앞두고 행사 주최사로부터 ‘살벌한’ 안내사항을 전달받았다. 미국에 도착해선 마스크를 벗으라는 내용이었다. 특히 공항 밖에서 마스크를 쓰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환자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있었다.

미국에 거주하는 지인들도 “여긴 아무도 마스크 안 쓴다”며 “안 그래도 까다로운 미국의 입국심사를 잘 통과하고 싶으면 미국 땅을 밟는 순간 마스크를 벗으라”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정말 미국 공항에선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인천공항에선 마스크 안쓰면 ‘이상한 사람’…개인 소독제 지참도

기자는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2시간 남짓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만난 10명 중 9명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손 소독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일례로 짐 검사를 마치고 나면 모두가 손 소독제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여러 국적의 승객이 모이다 보니 보호장비도 가지각색이다. ‘물안경’을 낀 승객은 없었지만 안경에 투명막을 덧대 얼굴을 가린 어린이 승객부터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무장한 가족 승객까지 저마다의 건강을 고려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고 최대한 접촉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보니 인천국제공항에선 왠지 아픈 기분마저 들었다.

기내는 더했다. 이날 애틀랜타행 비행기는 거의 만석에 가까웠는데 일부 외국인을 제외한 대다수 승객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승무원도 모두 자신에 맞는 마스크와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기내에선 마스크 때문에 소통이 어려운 상황도 발생했다. 승무원은 기내식 메뉴를 승객에게 소개하는 과정에서 (마스크 때문에) 대사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으며 소개를 2차례 이상 반복해야했다.

자체 방역을 하는 승객도 있었다. 멕시코 칸쿤으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한 신혼부부는 소독제를 구비해 자리를 소독했다. 의자에 소독제를 뿌리고 손 소독제로 손잡이 등을 닦았다. 이들은 주변 승객에게 자신들의 소독제를 나눠주며 방역을 권유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기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승무원들의 모습

◇”미국 공항 입국장에선 마스크 써도 괜찮아요”

오랜 시간의 비행이다 보니 착륙 즈음엔 승객 대다수가 스스로 마스크를 벗기 이르렀다. 일부 승객은 입국 심사장까지 마스크를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다수 ‘미국 내 마스크 착용이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받은 것인지 마스크를 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우려와는 다르게 애틀랜타 국제공항 입국장의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를 쓴 승객을 별도로 격리하거나 이상한 눈으로 보는 직원들도 없었다. (애틀랜타 국제공항은 미국 연방정부가 지정한 ‘중국인 및 여행자 입국 가능 공항’ 가운데 하나여서 이들에 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검역이 이뤄지고 있어 심사요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편집자주)

다만 입국심사 과정에서 사진촬영과 질의응답이 이뤄지다 보니 자연스레 마스크를 벗어야했고, 이 과정을 마친 승객들은 대다수 다시 마스크를 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입국장을 빠져나와 짐을 찾는 순간부터는 ‘풍경’이 달라졌다. 사실상 마스크를 끼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유차 거쳐간 애틀랜타 국내선 공항에서는 식당 직원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고있지 않았다.

최종 목적지인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은 공항 직원과 승객은 물론 우버·택시 기사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내슈빌 국제공항에서 짐을 찾는 승객들의 모습.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마스크 권하지 않는 미국…이유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두 가지 수칙으로 ‘중국을 여행하지 말 것’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CDC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CDC는 (감염 예방을 위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며 “마스크 착용보다는 열과 기침증세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스크가 예방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다.

미국의 기침예절 문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기침예절은 기침할 때 손이 아닌 휴지나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기침예절이 보편적으로 퍼져있으나 한국을 포함한 일부 아시아 국가에선 그렇지 않아 마스크 사용을 권장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미국이 마스크 착용을 장려하지 않는 이유로 ‘얼굴을 가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문화적 배경’을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미국인들은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범죄자라 생각해 매우 위협적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사유지에 실수로 마스크를 쓰고 들어갔다가 강도로 간주돼 총을 맞는 사례도 많고 후드가 달린 옷을 금지하는 법안을 논의 중인 주도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는 아프면 학교나 직장을 가지 말고 집에 있어야지 마스크를 쓰고 나가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