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여권, 결국 디스토피아 부른다?”

영국서 발급 찬성 높아…면역여부 따라 취업, 결혼 등 계층화 우려도

영국에서 외국 여행을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가 기록된 이른바 ‘면역 여권’에 대한 찬성 여론이 높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차례 여론조사 결과 면역 여권을 찬성하는 비율이 51%, 70%였고 강하게 반대한다는 대답은 11%와 20%로 낮았다.

이 신문은 면역 여권이 코로나19로 차단된 국경 통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백신을 맞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분리될 수 있다면서 “이런 계층화는 ‘디스토피아적’ 후폭풍을 낳을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19세기 이래 역사적 사례를 볼 때 사회가 ‘면역 계층’과 ‘비면역 계층’으로 나뉘면 직업, 결혼 등 삶의 전반에 영향을 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면역 여권은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새로운 단계를 기준으로 사회를 계층화할 뿐 아니라 소지자의 면역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만 여권이 사용될 수 있어 이 여권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또 방역을 위해 만들어진 면역 여권이 공중 보건에 위험이 되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면역 보유와 연관된 특권이 클수록 사람들이 면역을 형성하기 위해 바이러스에 자가 감염되려고 하는 유인이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지난 1년간 장기화하면서 백신을 맞아야 국가간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제안이 정부와 항공 업계에서 실제 제기되고 있다.

독일 등에서는 백신을 맞은 사람들에게 증명서를 발급해 영화관, 식당에 가거나 여행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그리스는 최근 여행을 가능하게 하려고 유럽 백신 접종 여권을 도입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도 지금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끝나면 면역 여권을 발행하는 방법이 추진된다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영국 보건당국은 텔레그래프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면역 여권을 도입할 계획이 없다”라며 “다른 백신 접종과 마찬가지로 접종 날짜와 종류를 적은 확인 카드가 발급되고 이는 신원 확인에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럽연합(EU)기를 배경으로 사람 모양의 모형과 주사기, 약병이 있는 일러스트. [ REUTERS/Dado Ruvic/Illustration=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