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미납 수업료 추심업체에 넘겨

학생들 ‘빚폭탄’…학교복귀도 어렵게 만들어

많은 미국 대학이 미납 수업료를 추심업체에 넘기면서 젊은이들의 재정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NBC 방송은 1일 루이지애나주를 제외한 49개 주의 공립대학들이 학생들이 내지 못한 수업료의 회수를 민간 채권 추심업체에 맡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대학들의 이런 조치로 학생들의 부담이 커지고 학교 복귀를 어렵게 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미국 교육 관련 매체 ‘헤칭거 리포트’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공립대학들이 채권 추심업체에 넘긴 미납 수업료 건수는 수십만 건이나 된다.

오하이오주에서는 공립대 학생 15만7000여명이 내지 못해 추심업체나 외부 법률회사에 넘어간 수업료 총액이 4억1800만 달러(약 4650억원)나 된다.

또 미주리주립대는 매년 미납 수업료 1100건 정도를 추심업체에 맡긴다.

현재 추심업체가 해결해야 하는 미주리주립대의 미납 수업료 건수는 약 7300건이다.

샘휴스턴주립대는 학생 2200건의 미납 수업료 회수를 추심업체에 넘겼는데 금액이 500만 달러(약 55억원)로 파악된다.

학생들은 미납 수업료를 모두 낼 때까지 학교에 재등록을 할 수 없다.

수업료를 내지 못한 학생들은 재학 도중 부양할 자녀가 생기거나 건강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경제적 형편이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에서 일정 학점을 따고 학위를 취득하지 못한 성인들의 상당수는 재정 문제를 겪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수업료 문제에 추심업체가 개입하면서 수수료, 이자 등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학생들 고통을 키운다고 NBC는 지적했다.

예컨대 리처드 피쉬번(34)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실직한 뒤 수업료를 내지 못했는데 그가 갚아야 하는 수업료는 1년 사이 74% 늘어났다.

세 자녀와 아내를 둔 그는 대학생으로 복귀하기 어렵게 됐다.

브렌던 물리컨(36)은 직장을 다니던 중 대학에 들어갔다가 학업을 중단하고 수업료를 내지 못했는데 추심업체로 받은 수업료 고지서는 1만2689달러로 애초 9760달러에 비해 30% 늘었다.

그는 “이것은 비윤리적”이라며 “학교에 들어간 것이 후회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공립대 관계자들은 지방정부의 교육기금 감소 등으로 학교 재정이 악화하면서 수업료를 최대한 받아내기 위해 채권 추심업체에 수업료 회수를 맡겨왔다고 해명한다.

다만, 일부에서는 학생들의 수업료 납부를 배려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오하이오주는 대학들에 미납 수업료 회수를 천천히 하고 재등록을 원하는 학생들의 빚을 탕감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클리블랜드주립대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