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바이든에 한화투자는 ‘넝쿨째 굴러온 호박’

중국의존 줄이고 IRA 홍보…경합지역 조지아에 구애도

태양광 사상최대 투자…바이든표 외교·노동·환경 과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한화그룹의 조지아주 태양광 신규투자 계획 발표를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중국 의존도를 줄인다는 명목으로 추진 중인 보호주의 경제정책의 가시적 성과인 동시에, 내년말 차기 대선을 앞두고 경합주인 조지아 주민에게 대량의 일자리를 선물할 수 있게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백악관 성명을 통해 “미국 역사상 최대의 태양광 투자를 하겠다는 오늘 한화 큐셀의 발표는 조지아주 노동자 가족과 미국 경제에 대형호재”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민주당이 주도한 IRA 덕분에 외국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미국으로 끌어올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경우 중국 등지에서 같은 규모의 설비투자를 하는 것보다 훨씬 큰 비용이 든다.

블룸버그뉴에너지금융연구소(BNEF)는 “미국에서 (한화 측이 밝힌 것과 같은) 공장을 짓는 비용은 중국에 비슷한 시설을 짓는 것보다 4배 이상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청정에너지 산업에 세액공제 등 혜택을 주는 IRA 덕분에 그런 단점을 일정 부분 상쇄함으로써 외국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타당성이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화 측은 조지아주에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조성한다는 이번 계획에 3조2000억원이 들겠지만, 공장 신규건설 및 증설이 완료돼 조업이 개시되면 연간 8억7500만 달러(약 1조900억원) 상당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별개로 조지아주도 감세와 부지단가 할인 등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서부 지역의 한 과수원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독일 서부 지역의 한 과수원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  [AP 연합뉴스자료사진]

블룸버그 통신은 “태양광과 전지, 전기차 생산에 후한 인센티브를 주는 바이든 대통령의 획기적 기후 관련법인 IRA가 신규 공장 건설 발표의 물결을 일으켰다”면서 이번 투자가 “태양광 패널 공급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더욱 북돋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태양광 패널의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의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 업체들에 대한 높은 의존도 탓에 미국의 태양광 발전 확대가 종종 발목이 잡혀왔다면서,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 당국의 소수민족 강제노동 의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 등을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차기 미 대선이 내년 11월로 다가온 상황에서 직전 2020년 대선의 최대 경합주였던 조지아주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는 점도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민주당 입장에선 호재일 수 있다.

조지아주는 1996년 이후 6차례 대선에서 연속으로 공화당 후보를 지지해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평가됐지만, 2020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이후로는 대표적 경합지가 됐다.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득표차는 1만2천670표(0.25%포인트) 수준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작업 재검표를 요구하는 한편 ‘선거사기’를 주장하며 공화당 소속인 조지아주 국무장관을 압박해 투표 결과를 바꾸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2020년 대선에 이어 작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의 마지막 승부처였던 조지아주 연방상원의원 선거 결선투표에서도 승리했지만 박빙 승부를 벌여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발표된 이번 투자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다수 제공한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소속인 조지아주의 존 오소프 연방상원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한화그룹의 투자로 조지아주에 약 2천500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생겨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전 세계가 (강제노동 등에) 오염된 중국 수출품에 덜 의존적이게 될 것”이라면서 “이건 조지아주를 위한 대단한 성과”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화큐셀의 모회사인 한화솔루션은 11일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고 미국 조지아주에 3조2천억원을 들여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 허브’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한화는 조지아주 카터스빌에 총 3조원을 투자해 각 3.3기가와트(GW) 규모의 잉곳·웨이퍼·셀·모듈 통합 단지를 건설하고, 조지아주 달튼에 있는 기존 모듈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도 현재 1.7GW에서 올해 말까지 5.1GW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러한 투자는 미국 태양광에너지 산업 사상 최대규모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