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48호

트럼프가 가장 겁내는 것

애틀랜타를 비롯한 전국 대도시에서 이민단속반의 대규모 불체자 체포작전이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작전 사실을 미리 유출해준 덕분에 성과가 신통치 않은 모양입니다. 수백만명의 불체자를 추방하겠다고 잔뜩 겁을 줬지만 정작 이번 작전의 목표도 2000명 정도입니다.

불체자 추방은 사실 오바마 정부가 더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이민단체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군 통수권자(Commander in chief)가 아니라 추방 대장(Deporter in chief)이라고 불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체자 추방을 자신의 정치 무기로 삼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공포감을 주고 있을 뿐입니다.

이민과 인종 문제로 지지계층을 확실히 잡는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로 당선된 대통령인 만큼 트럼프의 정치 수사(rhetoric)는 매우 공격적입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야만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어제 민주당 여성 초선의원 4명에게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말한 것도 이런 수사를 아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놀랍지 않은 것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이런 트윗을 날린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민주당내 진보와 중도파간의 대립을 극대화시켜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 이들 여성 4인방은 같은 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공격했던 사람들입니다.

다른 이유는 자신의 지지층과 공화당을 결속하려는 것입니다. 이들 4명의 여성 의원은 트럼프 지지자들에겐  “미국을 말아먹을 사회주의자”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공격으로 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민주당의 차기 대표주자로 인식되면 이를 경계하는 지지층이 더 많이 투표장으로 나오리라는 계산입니다.

누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든, 트럼프는 이들 ‘4인방=민주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줘 다음 대선을 극단적인  사회주의 진보세력과의 대결로 만들려는 계산입니다. 현재 공화당원들은 레이건보다 더 높은 90%의 지지율로 트럼프를 밀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선에 나선 대통령에 대한 투표열기는 초선 때보다 높지 않을 것이 분명합니다.

트럼프가 더욱 겁내는 것은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반 트럼프’를 위해 궐기하는 것입니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의 지지층이 ‘반 진보’를 위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현재로서는 누가 대통령 후보가 되든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동단결할 분위기입니다. 내년 대선은 재선 캠페인 역사상 가장 흥미밌는 선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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