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하면 당신과”..페북 사기범 ‘김 카스트로’ 잡혔다

미군-의사 등 사칭해 소셜미디어로 접근…로맨스 스캠으로 이성 유혹

한국 경찰 30대 남성 등 4명 구속…확인된 피해자만 26명, 16억원 뜯겨

해외에 거주하는 여성 미군이나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여성을 사칭해 페이스북 친구를 요청한 뒤 나중에 거액을 사취해온 로맨스 사기(스캠) 조직원 4명이 한국 경찰에 구속됐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외국국적의 30대 남성 등 4명을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사기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 조직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중동에 거주하는 미군 등의 행세를 하며 피해자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수법으로 피해자 26명으로부터 총 16억51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주로 군복을 입은 여성 미군이나 뛰어난 외모의 외국인 남녀 사진을 프로필로 사용해 피해자에게 친구 신청을 한뒤 범행에 나섰다.

한 조직원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남성 직원을 사칭해 한국 여성 3명에게 접근, 돈을 뜯어냈고, 다른 조직원은 여성을 사칭해 주한미군이라며 군복 입은 사진을 올려 남성 1명으로부터 입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는 ‘김 카스트로(Kim Castro)’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이들 조직은 다른 이용자의 얼굴을 도용해 사기를 시도했다. 특히 이들은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한인 교수의 사진까지 도용하는 등 미주 한인들에게도 ‘요주의 대상 1호’ 였다.

피해자가 친구 신청을 허용하면 자신을 유엔(UN)에 파견된 미군이나 의사, 변호사, 펀드매니저 등 전문직이라고 속이며 접근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어 믿음을 주기 위해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알려주고 군생활이나 일상생활의 사진을 전송하는 등 계속 안부를 물으며 2~3개월간 ‘작업’을 한 뒤 결혼 이야기까지 거론될 정도로 관계가 깊어졌다고 판단하면 본격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이들은 “중동 파병 중 다쳤는데 수술비가 필요하다”거나 “제대하고 한국에서 당신과 살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다”며 송금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밀리에 마련한 금괴를 보관해달라”면서  배송비를 선납해 달라는 식으로 송금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 조직은 해외에 기반을 둔 실행 조직과 국내 자금관리 조직을 나누고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벌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지역에 국적을 둔 외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외국인 단기방문 제도를 이용해 입국한 뒤 난민신청을 하면 법무부가 난민 심사를 마칠 때까지 체류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체류기간을 연장하면서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직의 우두머리는 조직원들에게 “수사 기관에 조직에 대해 발설하면 본국에 있는 가족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검거된 4명은 한국내에서 자금과 조직을 관리하는 조직원들”이라며 “해외 조직원에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기에 이용된 사진들/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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