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문교 밑에 축구장 7개 면적 철망 친 이유?

투신시도 막는 그물 5년만에 완공 앞둬…2억2천만불 투입

다리서 매년 33명 극단적 선택…안전망 설치로 감소 기대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아래에 설치된 '자살 방지망'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아래에 설치된 ‘자살 방지망’ [금문교 고속도로·교통국(Golden Gate Bridge, Highway and Transportation District) 제공]

샌프란시스코의 명소 금문교 아래에 설치돼온 ‘자살 방지망'(Suicide Deterrent Net)이 약 5년 만에 거의 완공됐다고 CNN 방송이 19일 전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이 그물의 길이는 다리 총연장과 같은 1.7마일(2.7㎞)이며, 폭은 20피트(6.1m)다. 예산은 총 2억1700만달러(약 2813억원)가 투입됐다.

금문교 대변인 파올로 코술리치-슈워츠는 “우리가 설치하는 그물의 총면적은 축구장 7개를 합친 것과 맞먹는 크기”라고 CNN에 설명했다.

최근에 이 내용을 보도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금문교에서 투신 사건은 1937년 5월 27일 다리 개통 후 10주 후에 처음 발생했고, 지금까지 약 2천명이 다리에서 뛰어내렸다. 2011년부터 따지면 10년 동안 335건의 투신 사망이 확인돼 연평균 33.5건이었다.

하지만 모든 투신자가 목격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시신이 발견되는 것도 아니어서 정확한 집계는 불가능하며, 실제 투신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금문교에서 가족을 잃은 이들을 중심으로 투신 방지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당국은 안전망을 설치하는 계획을 수립해 2018년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철망은 다리의 인도 아래 20피트(6.1m) 지점에서 바깥쪽으로 20피트 뻗어 나가는 형태로 설치됐다.

금문교 고속도로·교통국은 “안전망의 이런 형태는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개 절차를 통해 결정됐다”며 “탁 트인 경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아래의 수면으로 뛰어내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리 위의 난간을 더 높이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지만, 경관을 해치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더 우세해 다리 아래에 철망을 설치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미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신화=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의견 수렴 과정에 “다리 위 투신을 막는다고 해도 결국 그들은 다른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할 것”이라며 비용 대비 효과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으나,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NYT는 짚었다.

1978년 UC버클리대 리처드 세이든의 연구에 따르면 1937년부터 1971년까지 투신할 의도로 다리에 갔다가 구조 당국 등의 설득으로 포기한 515명을 추적한 결과, 이들 중 94%가 계속 살아 있거나 자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이든은 “자살 행동은 본질적으로 위기에서 비롯되고 급작스럽다”고 결론지었다.

2000년 9월 금문교에서 뛰어내렸다 구조돼 살아남은 케빈 하인즈는 CNN 인터뷰에서 “손이 난간을 떠난 순간 내 행동에 후회가 밀려왔다”고 회고했다.

또 물 위로 추락하는 4초 동안 그는 우울한 감정이 사라지면서 거의 본능적인 생존 충동이 일어났다고 돌아봤다.

투신 방지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 브리지레일 재단은 하인즈가 당시 금문교에서 시속 75마일(121㎞)의 속도로 220피트(67m) 아래로 떨어졌으며, 이는 “보행자가 그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차에 치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하인즈는 투신 당시 충격으로 크게 다쳐 척추뼈 3개를 티타늄 금속판과 핀으로 교체하는 수술을 받고 약 한 달 후 퇴원했다. 이후 그는 몇 년 동안 전 세계를 다니며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전했다.

그는 “나처럼 자살 시도에서 살아남은 수천 명의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들 모두 같은 순간에 후회했다고 말했다”며 “극단적인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라고 했다.

그를 비롯해 금문교에서 투신했다가 살아남은 이들은 “안전망이 앞으로 많은 사람에게 두 번째 삶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