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지소미아 파기…한미동맹 균열·외교 고립 우려

“외교적 고립 자초하는 자충수” 한 목소리

야당선 ‘조국 문제 덮기 위한 무리수” 주장

호르무즈 해협 파병·방위비 협상에 악영향

 

한일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유효기간을 이틀 앞두고 정부가 올해 11월을 끝으로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한미 동맹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인 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은 22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정부는 한일 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협정은 오는 24일까지 한일 양국 어느 쪽이든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다면 자동적으로 1년 연장될 예정이었다.

◇막판에 전격적으로 파기 결정

그러나 청와대가 최근 한일 갈등 국면에서 전격적으로 파기를 결정하면서 2016년 11월 양국이 협정을 맺은 이후 3년 만에 매듭을 짓게 됐다.

지소미아는 북한 정보를 다루는 협정인 만큼 단순히 한일 관계를 넘어 동북아 전체의 외교안보 관계와 얽혀 있고 동맹국인 미국도 지소미아 연장을 강력하게 희망해왔다.

청와대는 이를 고려한 듯 지소미아 종료 검토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왔다며 한미동맹의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미국에) 우리 상황이 악화되거나 우리의 외교적 노력이 일본으로부터 반응이 없다면 소위 지소미아의 종료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역설했다”며 “따라서 미국은 우리 정부의 결정을 이해하고 있다. 춘추관에 오기 직전 미측과 소통했고 우리 발표문과 동시에 우리 입장을 명확히 공유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지소미아의 파기가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다.

◇미국 요청 안들어주겠다는 뜻?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결정은 한미동맹을 파기해도 좋다는 선언”이라고 강력하게 꼬집었다.

신 대표는 “미국이 그동안 강하게 연장을 주장했는데 국내 정치 상황때문에 이런 결정을 함으로써 한미 동맹이 지금보다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느슨해지고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버림 받을 것”이라며 “국제사회로부터 다방면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한미 동맹에 근간한 우리 안보는 가장 필요한 것인데 우리가 이를 파기하는 것이 국익에 바람직한 결정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한미동맹도 삐그덕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요청에 우리가 화답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우리가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미국이 손을 내밀어주겠냐는 것이다.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 역시 “군사적으로 우리에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한미일 간 공조가 매우 중요한데 이렇게 되면 미국이 굉장히 불편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9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지소미아를 협상카드로 여기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동맹 정신에 반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주한미군 특수전사령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대령 출신인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도 지소미아 파기는 한국의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라며 미국과의 동맹 관계마저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간 남북 관계에 치중해온 문재인 정부가 미일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목적의 인도태평양전략에 사실상 들어가지 못한 상황에서 지소미아 파기를 선택한 것은 아쉽다는 평가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우리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청을 사실상 한 상태이고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임박해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정부로서는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야당 “조국 살리기 위해 동맹 버렸다”

한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우리 정부가 한일 외교 갈등을 안보 갈등으로 더욱 확전시켰다고 지적했으며, 일부에서는 연일 공세가 심화되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논란을 덮기 위한 행위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한국당은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지소미아 종료 결정 관련 설명을 위해 찾아온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만난 후 “결국 국익보다는 정권의 이익에 따른 결정이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했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 정부가 기존의 한·미·일 동맹에서 북·중·러 체제로 편입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면서 “한편으로는 ‘조국 정국’으로 어지러운 정국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의심도 든다”고 평가했다.

한국당은 당의 공식 논평을 통해 “즉시 지소미아 폐기 결정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이렇게 하면 화끈하고 성깔 있는 정부라고 칭송받을 줄 아는가. 일본을 눌렀다고 박수받을 줄 아는가”라며 “국제정세에 눈감고 안보의 기초를 다시 배워야 하는 아마추어임을 세계에 천명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 안팎의 인사들도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하나 살리려고 한미일 삼각동맹의 한 축인 지소미아를 파기했다”며 “쪼다들이 하는 짓”이라고 평가했다.

4선 중진의 정진석 의원도 페이스북에 “작은 국익을 챙기려다 큰 국익을 놓치는 우를 범했다”며 “당장 한미안보동맹 균열의 후유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역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근거로 판단한 것인지 모르겠다. 지소미아 종료는 군사 안보적인 측면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한미동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국과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결정한 것인지 확인하고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 공식 논평에서도 “한미일 안보협력에서 지소미아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신중하게 고민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지소미아는 한·미·일 안보 공조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구상이 구체화한 것”이라며 “동북아 안보현실이 매우 위중한 상황에서, 국익이 우선되는 냉철한 판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은 특히 유승민 전 대표·하태경 최고위원 등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유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안보의 축을 우리 스스로 흔드는 자해행위”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한일 간 경제전쟁을 외교로 해결하기는커녕 안보로까지 확전하는 것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서 “일본이 아니라 미국에 대해 죽창을 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조국(曺國)을 지키기 위해 조국(祖國)의 안보를 희생했다”고 평가했다.

야권 소속의 안보 관련 상임위원장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보탰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한국당 소속)은 입장문에서 “‘조국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지소미아 파기 정국’을 조성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고 토로했다.

바른미래당 소속의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일본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술 정보에 우리가 우위를 가지고 있는 지리 정보와 인간 정보(휴민트)를 최적으로 결합해야만 우리가 북핵 위협에 철통같이 대비할 수 있다”며 “우리 국민의 자산과 생명을 지킬 중요한 정보 채널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충분치 않아 너무나 안타깝다”고 지적했다./뉴스1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연장 여부 논의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