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아들”, “닥쳐 줄래”…대선 TV토론 ‘미국의 망신’

시작과 동시에 난타전…트럼프 거듭된 경고에도 ‘끼어들기’

미국 대선 1차 TV토론이 시작 20분 만에 혼란 속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 토론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토론 진행자 크리스 월리스 폭스뉴스 앵커의 말을 계속 끊으며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9시(동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브랜드에서 열린 1차 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발언 시간에 지속적으로 끼어들어 방해했다.

두 후보는 서로 악수도 하지 않은 채 냉랭한 분위기 속에 대격돌을 시작했다. 코로나19 탓에 악수하지 않기로 했지만 흔한 팔꿈치 인사도 없이 곧장 각자의 연단에 자리 잡는 등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 위치한 케이스웨스턴리저브 대학에 마련된 토론장은 초반부터 긴장이 감돌았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가볍게 인사말을 하면서 팔을 벌리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짙은 감색 정장을 차려입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감색과 붉은색, 바이든 후보는 흰색과 감색의 줄무늬 넥타이를 맸다.

두 후보는 예상보다 빠르고 격하게 충돌했다.

각 토론 주제는 15분 동안 논의되고,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각각 2분씩 해당 주제에 대해 발언 시간이 주어진다.

진행자 월리스 앵커가 “그가 말을 끝마치도록 기다려달라”고 수 차례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을 계속했다.

바이든 후보는 결국 참다 못해 격앙된 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에 “입 좀 다물어 줄래”(Will you shut up, man?)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를 무시하고 계속 월리스 앵커에게 말을 계속했고 바이든 후보는 헛웃음을 지으며 “계속 지껄여라”(Keep yapping, man)고 중얼거렸다.

CNN은 이를 두고 “시작 20분 만에 (토론이) 카오스가 됐다”고 표현했다.

이날 토론 주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지명과 오바마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나왔다.

또한 두 후보는 과거 발언과 가족 문제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두 후보의 신상 문제가 토론 주제로 주어지자 먼저 발언 기회를 얻은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1차 세계대전 미군 전사자를 비하했다는 발언을 고리로 공격에 나섰다.

시사주간 애틀랜틱은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1차대전 미군 전사자 묘지 방문을 취소하면서 전사자를 ‘패배자들’ 또는 ‘호구’로 불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바이든 후보는 뇌암으로 숨진 장남 보 바이든이 과거 이라크에서 복무했다면서 “그는 패배자가 아니었다. 애국자였다”며 “거기에 남겨진 사람들은 영웅”이라고 공세를 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성 발언에 대한 해명 대신 “나는 보를 모른다. (바이든 차남인) 헌터는 안다”면서 바이든 후보의 다른 아들 문제로 화제 전환을 시도했다.

그는 그동안 헌터가 바이든 후보의 부통령 시절에 우크라이나 에너지업체 이사로 재직하며 이익을 챙기는 등 의혹이 있다면서 “헌터는 어디 있나”고 공격해왔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차남이 과거 마약 문제를 겪기도 했지만 이를 극복했다면서 자랑스럽다고 맞받았다.

토론이 끝나자 언론들은 ‘불명예(disgrace)’, ;대혼돈(chaos)’, ‘망신(embarrassing)’ 등의 단어로 이번 토론을 정의했다.

대선 후보 TV 토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E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