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몽고메리한인회, ‘자해’ 중단하라

앨라배마주 몽고메리한인회는 미주 동남부 지역에서도 가장 모범적인 한인회 가운데 하나로 손꼽혔던 곳이다. 지난 2003년 현대차 공장 입주 이후 현대차 및 협력업체들 덕분에 사회적, 경제적 위상이 높아진 몽고메리 한인사회는 한인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펼치며 주목을 받아왔다.

몽고메리 한인회는 현대차 판매가 고속성장하던 시기인 17-18대 천선기 회장, 19대 이기붕 회장, 그리고 20대 고 심수용 회장 당시 황금기를 누리며 애틀랜타에 버금가는 위세를 자랑했다. 특히 동남부 한인체전에서 훨씬 규모가 큰 애틀랜타 선수단을 꺾고 우승하는 등 한인사회의 단결력도 어느 지역 못지 않았다.

이랬던 몽고메리한인회가 요즘 ‘풍비박산’날 위기에 처해있다. 겉보기에는 전, 현직 회장간의 공금유용 공방이 두드러져 보이지만 사실 문제의 핵심은 차기 회장 선거에 대한 현 집행부의 비뚤어진 접근에서 찾을 수 있다.

선거 불출마와 중립을 선언한 현 한인회장이 사실은 선거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문제가 시작됐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455명의 한인이 참가한 선거결과를 무효라고 선언하면서 곪았던 상처가 터져나와 결국 사상 초유의 ‘한인회장 해임’ 이 추진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한인회장과 선관위원장은 3명의 후보가 출마한 선거가 끝난 직후 “1, 2위를 차지한 후보에 대한 제보가 접수돼 3위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며 당선자 발표를 미뤘다. 이들은 이후 해당 제보에 대한 증거부족을 이유로 당선자를 공표하겠다고 하더니 발표 전날 갑자기 추가 제보가 접수됐다고 주장하며 급기야 “이제부터 추가 제보를 받겠다”는 황당한 선언까지 했다.

1위를 차지한 후보는 최근 “한인회장이 한인회 계정의 카카오톡 메시지와 직접 선거운동 등을 통해 3위 후보를 지지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를 부인하던 한인회장은 지난 20일 문제의 3위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한 배를 탔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또한 선관위원장이 어렵게 밝힌 선관위원 명단에는 현 한인회 사무장이 포함돼있어 집행부가 중립을 포기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특히 선거 자체를 무효화함으로써 현 회장의 재임을 추진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결국 전직 한인회장 대부분이 참여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더 이상 한인회의 위상 실추를 방치할 수 없다”며 현 한인회장의 해임에 나섰다. 물론 한인회장은 “비대위는 한인회장을 해임할 권리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대로라면 충돌이 불가피하고 자칫 2개의 한인회가 따로 운영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봉사기관이라는 사실을 잊는 순간 한인회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망가진 한인회를 회복하는 데는 보통 10년 이상이 걸리고 회생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지금이라도 몽고메리한인회는 ‘자해’를 멈춰야 한다. 그러려면 일단 선거결과를 인정해야 한다. 선거관련 제보에 대해서는 반대편 인사까지 포함시켜 공정한 검증을 하면 된다. 아직 차기 한인회 출범까지는 4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 현 집행부의 지혜로운 선택을 기대해본다.

이상연 대표기자

몽고메리한인회가 발송한 카카오톡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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