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 인터뷰] 국적법 개정안 추진 이종걸 의원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손자…”신사이자 투사”

재외동포 위한 정책 앞장, “말로만 생색내지 않는다”

38세 되기 전에도 국적이탈 신고 가능하도록 법개정

재외선거도 미국 등 한인 편의위해 인터넷투표 추진

이종걸 의원이 국적법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내리 5선에 성공한 중진의원, 여권의 대표적인 ‘브레인’, 그리고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독립운동가의 손자.

조금은 거만해도 될 것 같은 ‘스펙’이지만 이종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누구를 만나든 늘 겸손하다. 그는 지난 2015년 신사적인 언행과 리더십을 보여주는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백봉신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는 경기고 동문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맹공하는 등 ‘투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신흥무관학교의 설립 주역인 독립투사 우당 선생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알면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이종걸 의원은 재외동포를 위한 정책에도 앞장서는 정치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복수국적자가 만 18세 3개월 이후가 되면 38세가 되기 전까지는 국적이탈을 금지하고 있는 대표적 ‘악법’인 현행 국적법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인물이다. 기자는 이종걸 의원을 지난 10월17일 한국 방문시 국회의원 회관에서 만나 인터뷰를 했고 보충 취재를 더해 신년특집 기사로 소개한다.

이 의원은 사무실을 방문한 기자에게 프랑스 대표 신문인 르몽드 한국어판을 불쑥 내밀었다. 신문에는 이 의원이 특별기고한 “아베의 ‘비열한 질서’가 아시아 평화를 해친다”는 제목의 칼럼이 실려있었다. 이 의원은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을 총괄한 사람으로서 한국의 목소리를 일본 국민들에게 전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설명했다.

르몽드에 실린 이종걸 의원의 기고문.

칼럼에는 아베 정권과 일부 한국 친일인사들이 주장하는 한일 무역분쟁의 ‘한국 책임론’에 대한 통렬한 반박이 실려 있었다. 이 의원은 칼럼을 통해 “아베 총리는 정경분리와 내정불간섭 등을 모두 위반하며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빌미로 비열한 질서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이는 일본의 동북아 안보질서 주도권 상실에 대한 초조함의 발로이자 한국의 경제적 성장을 견제하고 자신의 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칼럼을 이렇게 끝맺었다. “나의 조부들과 그 자녀들은 대다수가 일제에 의해 잔인한 방식으로 죽임을 당했다. 그리고 조부들이 망명길을 떠나면서 미처 처분하지 못했던, 현 시가로 수조에 달하는 부동산은 조선총독부가 무단으로 강탈해 친일파 등에게 전리품을 나눠주듯 넘겼다. 그럼에도 나와 내 가족은 개인적으로 일본에 배상을 청구하지 않았다.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한국인이 무수히 많다. 일본 정부가 일말의 양식이라도 남아있다면 한국과 한국의 국민에 대해 진심의 사죄를 하는 것이 지극히 마땅하다”.

이 의원은 지난 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 대한 보수진영의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냐?”는 공세에 완벽한 반박의 논리를 제공한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등 문재인 캠프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그였지만 이같은 공격에 대해 “대통령은 북한을 주적 개념으로만 봐야하는 국방부 장관이 아니며, 교류와 대화 파트너로도 인정해야하는 국가원수”라고 방어하며 색깔론의 확산을 막은 1등 공신이 됐다.

미국에서 온 기자를 만났기에 이 의원은 자연스럽게 국적법 개정안으로 화제를 돌렸다. 지난 3월 이 의원이 주도해 발의된 국적법 개정안은 2017년부터 추진돼온 개정 움직임을 현실화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이 의원은 “우리 국적법에는 부모 중 적어도 한쪽이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 미국처럼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에게 한국국적을 자동적으로 부여해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발생하게 된다”면서 “현행 국적법은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해 만 18세가 되는 3월까지 국적이탈을 할 수 있으나 18세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38세 사이에는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법안에 나타난 연령 설정의 배경은 제2국민역으로 병역의무를 시작하는 나이가 18세이고 종료되는 시점이 38세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본의 아니게 복수 국적자가 된 재미동포들 중에서 미국의 공무원이 되거나 군인이 되려고 지원했다가 불이익을 당한 사례들이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38세가 되기 전에도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국적이탈 신고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다만 해당 신고의 심사는 국적심사위원회에서 하게 되며 심사 방법은 한국에 귀국하지 않고서도 영상녹화 등을 이용하도록 편의를 도모했다. 이 의원은 “이미 미국과 한국에서 각 2차례씩 전문가 초청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입법을 위한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 의원은 다음 정기국회에서는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후 선거법 및 공수처법 정국으로 인해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본보 이상연 대표기자와 이종걸 의원.

유승준에 대한 대법원 판결 등으로 한국의 국민감정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이 의원은 “국민적 감정이 격앙돼 이렇게 일률적인 국적법이 제정돼 재외동포들, 특히 미국에 사는 분들이 불편을 겪었다”면서 “인권침해나 차세대들의 진로에 장애가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리면 충분히 이해하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올해 4월 실시되는 재외선거와 관련해 투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미국 등 영토가 넓은 나라의 경우 동포들에게 영사관까지 가서 투표를 하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면서 “지문, 홍채인식 등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인터넷 투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국적법 이야기를 마치자 다시 주제는 한일 문제로 되돌아왔다. 이 의원은 “일본이 수출규제를 하면 금방 나라가 망할 것 처럼 말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반대로 우리 기업들이 잘 극복하고 있다”면서 “아베 총리는 고조할아버지 때부터 한국에 대한 핍박을 가했던 가문 출신이기 때문에 스스로 이 사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