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소비자물가 7.9%↑…애틀랜타 10.6%로 전국 2위

우크라이나 전쟁 속 또 40년 만에 최대폭…개솔린·식료품·렌트 다 올라

전쟁여파 본격화하면 급등세 지속 우려…금리인상 앞둔 연준셈법 ‘복잡’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는 가운데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또 40년 만의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방 노동부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7.9% 급등했다고 10일 밝혔다.

지난 1982년 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지난 1월 세운 40년 만의 최대폭 상승 기록을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전월(7.5%)보다 오름폭이 오른 것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7.8%도 상회했다. 전월 대비로는 0.8% 올라 역시 시장 전망치(0.7% 상승)를 웃돌았다.

특히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은 10.6%가 올라 애리조나주 피닉스(10.9%)에 이어 전국 대도시 가운데 2번째로 인플레이션이 심한 지역으로 꼽혔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6.4%, 전월보다 0.5%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개솔린, 식료품, 아파트 월세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가격 급등이 나타났다.

식음료는 전월보다 1% 올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고, 주거 비용은 전년 동월보다 4.7% 올라 1991년 5월 이후 31년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개솔린은 한 달 만에 6.6%나 치솟았다. 개솔린을 포함한 에너지 가격은 전월보다 3.5% 올라 2월 CPI 상승분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작이 2월 말이라는 점에서 이번 통계에는 전쟁으로 폭등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일부밖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타의 경우 우크라 침공 직전 갤런당 평균 3.44달러였던 개솔린 값이 10일 현재 4.33달러 까지 치솟은 상태다.

따라서 전쟁 장기화와 서방의 제재로 인한 유가 등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 폭등세는 3월 이후 통계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전망이다.

그동안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2월 정점을 찍고 서서히 하강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전쟁과 제재에 따른 공급망 쇼크로 치솟고 있는 원자재 가격이 조만간 소비자 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날 수치는 4년 만의 첫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2월 CPI 상승폭이 예상을 뛰어넘은 데다 에너지 위기로 인한 물가급등세 지속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더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스탠스를 취할 수도 있고, 실질임금 하락과 소비심리 위축을 고려해 전쟁 발발 전 예고했던 것보다 신중한 태도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시간당 실질임금은 전년 동월보다 2.6% 하락해 작년 5월 이후 가장 하락폭이 컸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이번 전쟁이 인플레이션보다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도 연준의 향후 금리 행보에 불확실성을 더한다.

또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주시하는 백악관으로서도 이러한 물가 급등이 심각한 도전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진단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