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철수작전 영웅’ 러니 해군 제독 별세

6·25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 일등항해사…흥남서 피란민 1만4천명 싣고 탈출

지난 2019년 애틀랜타 방문해 한국전 참전용사 행사서 기조연설…보훈처 애도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에서 일등항해사로 활약했던 로버트 러니 미 해군 제독이 별세해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조전을 보냈다고 보훈처가 17일 밝혔다.

러니 제독은 지난 10일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황 처장은 러니 제독의 유족에게 보낸 조전에서 “한국의 자유와 평화에 헌신한 흥남철수작전의 영웅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면서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미래 세대에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50년 12월 22일 포탄이 빗발치는 흥남항에서 레너드 라루 선장 등 다른 선원들과 함께 정원의 7배가 넘는 1만4000여명의 피란민을 배에 태운 그는 사흘 뒤 12월 25일 거제도에 안착했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불리는 이 항해는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상구조로 지난 2004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러니 제독이 애틀랜타 한국전 참전용사 헌화식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고인은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참전을 마치고는 변호사로 일하며 뉴욕주 해군 방위군으로 계속 복무했다.

생전에 여러 차례 방한한 그는 전쟁의 폐허를 딛고 발전한 모습에 뿌듯함을 표시했다.

러니 제독은 지난 2019년 7월27일 한미우호협회(회장 박선근)가 주최한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 헌화식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해 “작은 배에 1만4000명의 피란민을 태운 것이 기적”이라며 “결국 하나님께서 구하셨다”고 말했었다.

지난 2008년 8월 건국 60주년 호국 유공 외국인으로 선정돼 방한했을 때는 “갑판과 짐칸 할 것 없이 최대한 많은 사람을 태웠는데 대부분 노인과 여자, 아이들이었다”며 “선장까지 47명의 선원 모두 아주 용감했다. 흥남에서 벌어진 일은 결코 잊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 보훈처는 유엔참전용사 사망 시 예우를 위해 수여하는 추모패를 유족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지난 10일 별세한 흥남철수작전의 영웅 로버트 러니 미 해군제독

지난 10일 별세한 흥남철수작전의 영웅 로버트 러니 미 해군제독 [한국 국가보훈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