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미국 최고 판매량의 그늘

뉴욕타임스 “기아와 현대가 범죄 피해 보상해야”

지난 9월 미국시장서 역대 최다 판매 기록 세워

도난 급증에 범죄 악용 늘어 ‘사법 리스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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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주 최대 한인타운인 귀넷카운티의 한 도로에서 기아 차량을 이용한 범죄가 또 발생해 한국 현대차·기아의 미국내 ‘사법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로렌스빌시 경찰은 3일 새벽 3시경 다운타운 파이크 스트리트에서 검은색 기아 쏘렌토 SUV를 운전하던 남성 용의자가 차에서 내려 순찰차를 탈취하려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경찰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달아나다 갑자기 유턴해 경찰에게 돌진한 뒤 자신의 쏘렌토 SUV에서 내려 순찰차를 훔치려고 시도했다. 경찰은 저항하는 용의자에게 총격을 가했으며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용의자가 몰던 기아 쏘렌토는 도난 차량으로 추정되며 경찰은 현재 용의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앞서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와 워싱턴 DC의 범죄집단이 훔친 기아 차량으로 강도행각을 벌이다 체포됐고, 클리블랜드의 21세 여성은 훔친 기아차량을 과속으로 몰던 용의자의 차량과 충돌해 사망하기도 했다. 미국 전역의 정부 관계자들은 “현대차와 기아의 도난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도난 차량을 이용한 범죄 건수가 급증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며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각종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두 자릿수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하며 역대 9월 최고 실적을 올렸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지난 9월 한 달간 신차 판매량이 6만8961대로, 작년 같은 달(5만9465대)보다 16% 증가했다. 기아 역시 지난 9월에 신차 6만7264대를 판매해 역대 같은 달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범죄 물결을 일으키는 기아와 현대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제목의 오피니언 기사를 게재해 관심을 모았다. 신문은 “지난해에 비해 살인과 강간 등 강력범죄가 크게 감소한 애틀랜타시에서 유독 차량 절도가 33.5%나 늘어났다”면서 “상반기에만 2만3974대의 차량 도난이 신고됐는데 대다수가 현대와 기아 차량”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차량 도난을 방지하는 이모빌라이저가 설치되지 않은 2011~2022년식 현대와 기아 차량 900만대가 미국 전역에서 타깃이 되고 있다”면서 “USB만 있으면 시동이 걸리는 차량을 만든 현대차와 기아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승승장구 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가 구형 모델로 인한 ‘사법 리스크’를 현명하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이러한 여론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