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애틀랜타한인회는 한국 극우파의 하수인?

한인회 재정문제, 경찰 고발과 IRS 감사요청 등 ‘양보없는 충돌’

색깔론까지 더해져 한인사회 분열 극심…”중재 방안 모색해야”

15만8000여달러의 보험금 수령 은폐와 이에 맞선 코리안페스티벌 재정 의혹 제기로 논란의 중심에 선 애틀랜타한인회 사태가 양측의 ‘출구 없는 충돌’로 한인사회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이홍기 한인회장의 코리안페스티벌 재정 의혹 거론을 문제삼으며 조직된 ‘시민의 소리’는 한인회 전 임원들과 코리안페스티벌 봉사자들이 모인 단체다. 이 단체는 최근 한인회를 노크로스시 경찰에 보험사기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연방 국세청(IRS)에 보험금과 한인회관 수리 기부금, 코리안페스티벌 수익금 등을 제대로 보고했는지 감사해달라는 청원(complaint)을 제출한 상태다.

시민의소리 관계자는 기자에게 “현재 수사관이 한인회 계좌들에 대한 열람을 요청하는 등 신속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크로스 경찰의 담당 수사관인 콜먼 린지 경위(Lt.)는 수사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 진행중인 조사(active investigation)에 대해서는 코멘트할 수 없다”면서 “조만간 경찰 공보관을 통해 상세한 답변을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인회 측은 이에 대해 “현재로서는 경찰이나 거래 은행으로부터 어떠한 요청도 받은 바 없다”고 확인했다.

국세청에 대한 감사 요청과 관련, 시민의 소리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20만달러가 입금된 한인회관 수리 기부금과 코리안페스티벌 수입 20여만달러 등이 세금보고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대 7개의 계좌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회의 복마전같은 재정에 대해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민의 소리 측은 “이홍기 회장이 수많은 재정 문제를 일으켰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인정하거나 책임지지 않았다”면서 “한인회 계좌를 모두 공개한뒤 책임을 인정하고 퇴진할 때까지 소송을 포함한 사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인회 측은 2023년 세금보고 서류를 기자에게 제시하며 “20만달러 기부금과 코리안페스티벌 수입 등은 모두 별도 수입항목으로 잡아 성실하게 신고했다”면서 “IRS 감사에 대비해 회계 전문가가 코리안 페스티벌 내역을 포함해 전체 서류를 점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홍기 한인회장은 “보험금 수령 문제에 대해서는 전후 상황을 설명하고 이미 여러 차례 사과를 했다”면서 “하지만 한인회 재정에 대한 의혹 제기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으며, 시민의 소리의 압력에 굴복해 자진 사퇴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인회 측은 또한 “별도의 재정관리를 위해 한인회 메인 계좌와 코리안페스티벌 계좌, 패밀리센터 계좌, 건립위원회 계좌, 사랑의 네트워크 계좌, 독거노인 계좌, 성금 모금 계좌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각 계좌는 담당자와 서명인이 별도로 지정돼 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강대강’ 대치 속에 27일 지역 한인 1500명이 가입한 한 단체 카톡방에는 “애틀랜타한인회 뒤에 한국내 정치권 우파세력들에 의해 포섭돼 그들의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조폭 수준의 인간들이 있다”는 색깔론이 제기돼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한인회 전 임원이 올린 이 글은 한인회에 기부한 주요 인사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한인회를 극우파 정치세력들의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는데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 보수단체 관계자는 기자에게 “평화의 소녀상을 한인회관에 건립했을 때도 불만은 있었지만 한인사회의 여론을 청취해 내린 결정이라 더 이상 문제삼지 않았고 한인사회의 화해를 위해 이승만 대통령 동상은 다른 곳에 건립하기로 했다”면서 “갑자기 한인회 사태를 ‘극우세력의 지령’으로 몰아가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항변했다.

다른 보수 인사는 “한인회를 공격하는데 가장 선봉에 서있는 전 임원도 우파로 알고 있고 이승만 대통령 동상 건립에 기부금을 낸 원로도 있는데 ‘동네 조폭 수준’의 극우세력이라는 비난까지 들으니 참담하다”면서 “우리는 그저 건전하게 보수 이념을 지키는 사람들인데 모든 한인사회 갈등을 ‘좌우 대립’이라는 잘못된 안경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인회 사태가 이처럼 ‘진흙탕 공방’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보이자 중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인회 자문위원장을 지낸 원로 인사는 “경위가 어찌 됐든 한인회 재정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니 냉각기를 갖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한인회도 여러 의혹에 대해 투명하게 재정을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인회 전직 임원은 “이미 양측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더욱 극단적인 충돌이 걱정된다”면서 “한인사회 원로들과 단체장들이 나서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노크로스 경찰에 접수된 시민의 소리 고발장/시민의 소리 제공
한인회가 제시한 2023년 세금보고 서류. 노란 하이라이트가 한인회관 보수 기부금이다.
애틀랜타 한인 카톡방에 올라온 문제의 게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