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역사칼럼] 33. 정치인은 왜 당파 싸움만 하나?

예전 조선 시대에는 당쟁이 심했다. 처음에는 ‘동인’과 ‘서인’으로 나뉘어 동(쪽)과 서(쪽)로 싸우더니, 다음에는 ‘북인’과 ‘남인’으로 나뉘어 남(쪽)과 북(쪽)으로 갈리더니, 그다음에는 ‘노론’과 ‘소론’으로 대립하여 싸웠다. 현대에 와서는 민주적인 정치제도를 유지하는 나라에는 거의 모두 정당들이 서로 다툰다. 이런 걸 보면 조선 시대에는 다른 나라보다 앞서서 벌써 정당이 저절로 생겼었다는 말일까? 어쨌든 미국에는 현재 양당제도가 확립되어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서로 맞서서 힘겨루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당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의회가 성립된 직후에 벌써 미국 의회는 크게 두 개의 파벌로 갈렸다. 알렉산더 해밀턴과 존 애덤스가 주도한 연방파와 토머스 제퍼슨을 중심으로 하는 반연방파가 대립하였다. 문자 그대로 연방파는 미국이 연방정부 중심으로 굴러 가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뭉친 파벌이고, 반면에 반연방파는 연방을 구성하는 각 주가 자주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연방파에 속한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가 발달한 지역 출신 사람들로서 상업과 공업의 발달을 중시했다. 이와는 반대로 반연방파를 따르는 사람들은 대체로 농산업의 발달을 이루려고 했다. 공업과 상업은 연방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활동이 이루어져야 유리하고, 농업에서는 지방마다 다른 특색이 있으므로 지방별로 다르게 통제되어야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내려 오다가 1820년대에는 두 개의 당파가 모두 해산하고 대통령 후보를 중심으로 다시 헤쳐 모여 정식 정당제도가 형성되었다. 일부는 국가공화당을 창당하여 애덤스 후보를 지지했고, 일부는 민주당을 창당하여 잭슨 후보를 밀었다. 결과적으로 애덤스 후보는 6대 대통령에 먼저 선출되고, 잭슨 후보는 나중에 7대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두 정당이 번갈아 가면서 집권하는 모양새가 갖추어졌다. 이때 국가공화당은 휘그당이라고 이름을 바꾸기도 했다.

현재와 같이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제도로 확립된 것은 남북전쟁 때이다. 역시 가장 큰 이슈는 노예제도에 대한 생각의 대립이다. 노예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화당을 창당하여 줄을 섰고,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세력은 민주당으로 모였다. 상업과 공업이 발달한 지역은 노예제도 폐지에 적극적이고,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노예제도를 유지하는 것을 목숨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했다. 그러므로 자연히 상공업이 발달한 북부 지역은 공화당으로 쏠리고, 남부 지역은 민주당으로 몰렸다. 북부가 전쟁에서 이긴 결과로 한동안 공화당 정부가 우세했으며, 북부 지역 사람은 주로 공화당에, 남부 지역 사람은 주로 민주당에 표를 던지게 되었다.

이러던 것이 1929년 대공황이 있었던 이후 1932년에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도시와 농촌으로 나뉘는 것에서 벗어나 현재와 같이 이념적인 차이로 갈리게 되었다. 민주당 출신의 루스벨트가 뉴딜 정책을 펴면서 국민의 생활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어려운 상황을 극복한 이후에는 민주당이 정부가 나서서 국민의 평등을 추구하는 정당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이에 반하여 공화당은 국민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이미지를 갖추게 되었다. 다시 말해, 민주당 처럼 정부가 직접 개입해야 평등이 국민에게 주어지고, 공화당 처럼 정부가 통제를 덜 해야 국민에게 더 많은 자유가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민주당은 큰 정부를, 공화당을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공화당의 트럼프 행정부가 온갖 환경 관련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해석하면 되겠다. 그렇지만 혹시나 만일 대통령 자신과 주변 사람에게만 이익이 되는 쪽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면 정당 이념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고 하겠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당의 이념에만 사로잡혀 국민의 안위와 복지에는 아랑곳 않고 당파싸움에만 몰두한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정치인이 자기가 속한 정당의 이념에 충실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가에 진정한 이득을 찾아서 그것을 국민에게 골고루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큰 정부이든 작은 정부이든 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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