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역사칼럼] 28. 영미전쟁

형제끼리 왜 싸울까?

형제나 친척은 남들보다 더 가까워 항상 사이좋게 지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를 가끔 본다. 논리적으로 따져 보자면, 형제나 친척끼리 만나는 기회가 남들과 만나는 기회보다 대개 더 많고 또 형제나 친척끼리는 서로 속속들이 잘 알기 때문에 의견충돌과 시샘이 생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된다. 특히 본가에서 분가되어 나온 직후에는 형제간에 사소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우리 모두 잘 알다시피 미국은 영국에서 온 이민자들로 이루진 식민지 신세를 면하려고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딴 살림 차리겠다는 식민지의 사람들이 영국인들 눈에는 부모 곁을 떠나겠다는 ‘눈 밖에서 벗어난’ 십 대처럼 보였을 것이다. 미국의 독립 직후 영국은 미국을 보기를, 집을 뛰쳐나가 따로 살림을 차린 ‘동생’쯤으로 생각하여 온갖 푸대접과 간섭을 해왔다. 그러다 마침내 미국인들의 감정이 폭발해 발생한 전쟁이 1812년 영미전쟁이다.

때는 나폴레옹이 유럽대륙을 휩쓸고 영국을 넘보면서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전쟁이 치열한 시대였다.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 양쪽에 중립을 선언하고 양쪽에 동등하게 무역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영국은 미국이 영국에서 분가되어 나온 영국의 ‘작은집’쯤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미국이 당연히 영국 편에 서서 도와줄 것으로 믿었는데, 엉뚱하게 중립을 선언하므로 이를 괘씸하게 여기게 되었다. 미국의 괘씸한 태도에 대한 보복으로 영국은 유럽대륙을 향하는 미국의 상선들을 나포하여 일일이 조사하고 선적한 물품을 압수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미국 상선의 선원들을 잡아 영국 해군에 복무하도록 강요하기도 하였다. 미국의 온갖 항의를 무시한 채 영국은 해상 조사를 수년간 계속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의 대영 감정이 점점 악화하여 갔다. 그러던 중, 영국해군의 탈영병들이 미국 상선에 숨어 있다는 이유로 영국은 해상에서 운항 중인 거의 모든 미국 상선을 정지시키고 선원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국민의 들끓는 분노를 더는 모르는 척할 수는 없었던 미국 정부는 마침내 1812년 6월 영국에 전쟁을 선포한다.

이 당시 미국은 1803년의 ‘루이지애나 매입’ 덕분으로 국토를 두 배로 넓히면서 덩치 큰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거느리고 강국으로서의 오랜 전통을 지닌 영국에는 비교하면, 국가로서의 체제가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던 미국은 국력 면에서 덩치만 큰 ‘애’와 같았다. 이렇게 불리한 전쟁을 무모하게(?) 기도한 배경은 영국이 나폴레옹과의 전쟁에 몰두해 있으므로 미국과의 전쟁에 대해 크게 신경 쓸 수 없고, 따라서 영국이 미국 측의 요구에 양보하게 될 것이라고 미국이 계산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잘만 하면 플로리다와 지금의 캐나다의 영토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런데 전쟁 초반부터 미국의 생각대로 영국군이 호락호락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의 캐나다 침공이 실패하였을 뿐만 아니라 영국군이 오히려 미국영토 안으로 밀고 들어 오기 시작하였다. 1814년 8월 24일에는 영국군이 워싱턴 D.C.를 함락했다. 이 바람에 백악관도 불타기도 했다. 더구나 유럽 전선에서 나폴레옹의 세력이 약화함에 따라 영국이 군대를 미국 전쟁터로 보낼 수 있게 되어 뉴욕과 뉴올리언스를 함락하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미국은 자칫하다간 많은 영토를 잃을 처지에 몰린 것이다. 다행이 Andrew Jackson과 같은 유능한 장군의 선전 덕분으로 영국군을 미국 영토 밖으로 겨우 격퇴했다. 더욱 다행인 것은 1814년 나폴레옹이 완전히 패망하자 영국에서도 평화를 원하는 여론이 강하게 일어났고, 결국 미국과 강화조약을 맺고 전쟁을 끝냈다. 영토상으로는 양자 모두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는 전쟁이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보면 미국은 영국과 대등한 위치에 오를 정도로 성숙하는 계기를 갖게 되었으며, 진정으로 독립했다는 자부심을 미국인들에 심어주게 되었다.

형과 동생 사이에서도 서로 싸워가면서 우애가 돈독해지듯이 미국과 영국도 가끔은 싸우면서 서로의 위치를 존중하는 관계로 발전시켜 왔다고 할 수 있다. 1812년 전쟁을 계기로 영국은 미국을 독립 국가로 실질적으로 인정하게 되었고 미국도 국제사회에서 영국으로부터 협조를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형제 사이와 같은 양국 간의 관계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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