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짧은 생각] “기사 고치세요”

7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오피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준 조지아(Joon Georgia)’라는 회사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관련 협력업체 가운데 최초로 조지아에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생소한 회사 이름을 설명해주는 단서는 보도 자료에 나온 ‘아진 USA’라는 설명이었고, 대형 협력업체인 아진산업의 미국 법인 영문명을 살펴보니 ‘Joon LLC, DBA Ajin USA’로 돼있었다. 즉 아진USA의 공식 명칭은 ‘Joon’ 이고, 이 회사는 DBA(Doing Business As) 즉 법적 명칭 대신 잘 알려진 아진USA라는 이름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지아주에 새로 설립되는 법인의 이름이 ‘Joon Georgia’가 된 것이어서 아진USA의 법적 명칭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불러 일으킨 셈이다. 아진산업은 대구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가인 서중호 회장이 운영하고 있으며 일찌감치 앨라배마에 진출해 지역 한인들에게도 지명도가 높은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준 조지아’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회사명의 유래를 설명해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 ‘준’이 서 회장의 아들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는 사실을 짧게 소개했다. 실제 서 회장의 아들인 서준수씨는 지난 2015년 앨라배마주 전체 고교생 가운데 유일하게 대입시험인 SAT에서 만점을 맞아 화제가 됐었다.

그런데 기사가 게재된 직후 아진USA 관계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한 이유는 “기사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서 고쳐달라”는 것이었다. 어떤 부분이 잘못됐냐고 물었더니 “대표 이름(서중호 회장)이 잘못됐고, 준 조지아의 이름 유래 부분도 빼달라”는 것이었다. 서 회장의 이름은 주지사 오피스의 보도자료에 ‘Jung Ho Sea’로 나와있었는데 ‘Seo’를 ‘Sea’로 표기해서 오해가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회사 이름을 설명한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된 부분에 대한 설명없이 “그 부분을 빼주셔야 합니다”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나름 이유가 있어 취재해 추가한 부분을 갑자기 수정해달라고 요청해  조금은 황당했지만 “기사에 틀린 부분이 있느냐”고 물었다. 틀리지는 않았지만 불편하다는 식의 반응이 돌아와 더욱 황당했다.

아내나 자녀의 이름을 따 회사이름을 짓는 것이 드물지 않은 미국에서 왜 이런 일이 불편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마 ‘후계자’나 2세 경영을 연상시킬까봐 불편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서중호 회장은 올바른 기업 경영철학과 지역 사회에 대한 선행 등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인이다. 미국 법인의 이름을 ‘Joon’으로 지은 것은  아마 미국적 사고방식을 반영한 결과일 수 있고 숨겨야 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회사 실무자가 대뜸 언론사에 전화해서 “기사를 빼야 한다”고 회사 홍보지 처럼 대하는 것을 보면서 지역 기업이나 기관들이 한인 지역 언론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알 것 같아 씁쓸함이 밀려왔다. 기업이나 취재원이 원하는 내용만 써주거나, 오피니언은 없이 광고를 주는 행사에만 얼굴을 내밀면 제대로 된 언론이 아니다. 규모가 작든 크든 제대로 훈련받은 사람들이 사회감시와 비판의 역할을 해야 언론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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