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댄스교습소…미 ‘고질병’ 총기난사 올해만 33번째

작년 648건…하루 1∼2건꼴 4명 이상 총기 사상사건

혐오·가정불화·사회불만·정신질환 등 ‘일상이 화약고’

돌격소총·대용량탄창 등 참사흉기 규제는 번번이 좌절

21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현장 주변서 경계 중인 경찰
21일(현지시간)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현장 주변서 경계 중인 경찰

2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터레이 파크 시내에서 경찰이 총기 난사 사건 발생 현장 인근에서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

총기규제가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는 미국에서 다시 대형 총기난사 사건이 불거졌다.

21일(현지시간)  서부 로스앤젤레스(LA) 근처에 있는 도시 몬테레이파크에서 한 남성이 댄스교습장에 반자동 총기를 쐈다.

경찰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망자는 10명, 부상자는 10명으로 집계된다.

하루가 멀다고 계속 되풀이되는 이 같은 총기난사는 최근 들어 하루에 1∼2건꼴로 발생하는 형국이다.

◇ 올해 33번째 총기난사…작년에는 무려 548건

미국 총격사건을 추적하는 비영리 단체인 ‘총기폭력 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에 따르면 몬테레이파크 사건은 올해 33번째 총기난사다.

총기폭력 아카이브는 총격범을 제외하고 죽거나 다친 피해자가 4명 이상이면 총기난사(mass shooting)로 규정한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AP통신, USA투데이는 이번 사건이 올해 들어 5번째라고 보도한다.

통계는 다르지만 총기 참사가 거의 일상에 가까운 미국의 고질병이라는 점은 사실이다.

총기폭력 아카이브에 따르면 작년에 발생한 총기난사가 총 648건이며 사망자가 5명 이상인 사건은 21건에 달했다.

2014년 첫 집계부터 2018년까지는 발생 건수가 400건 아래에 머무르다 2019년 417건, 2020년 610건, 2021년 약 700건으로 늘었다.

지난해 5월 총격 참사로 2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지난해 5월 총격 참사로 2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미국 전역에 일상 위협하는 ‘화약고’

몬터레이파크 사건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불과 일주일 간격을 두고 벌어진 총격 사건이다.

이달 16일에도 툴레어 카운티에서 갱단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괴한 여러 명이 10개월 아기를 포함해 총 6명을 살해한 바 있다.

몬테레이파크 사건은 작년 5월 총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사건 뒤 최다 사망자를 낸 참사이기도 하다.

미국 전역에서 최근 발생한 대규모 총기사건은 그뿐만이 아니다.

작년 11월 22일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는 한 월마트 직원이 휴게실에서 총기를 난사해 6명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같은 달 20일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의 한 성 소수자 클럽에서도 총기 난사로 5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했다.

작년 10월 13일에도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의 한 주택가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그 전달인 9월 7일에는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19세 총격범이 4명을 사살, 이를 소셜미디어(SNS)로 생중계했다.

작년 7월 4일에도 일리노이주 하이랜드파크에서 독립기념일 행사 도중 벌어진 총격으로 7명이 죽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

범행의 동기는 소수 인종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사회 전반에 대한 불만, 정신질환, 가정불화 등 다양하다.

몬테레이파크 총격 용의자의 경우에는 댄스장 출입을 둘러싼 가정불화가 범행동기라는 참고인들의 진술이 나오고 있다.

콜로라도주 성 소수자 클럽 총격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
콜로라도주 성 소수자 클럽 총격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민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보수진영 반대에 핵심 총기규제 번번이 좌절

총기난사가 빈발하는 주된 이유로는 미국 특유의 느슨한 총기규제가 지목된다.

미국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진영은 미국인의 총기 소지를 타협할 수 없는 헌법적 권리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수정헌법 2조에 “자유로운 주 정부의 안보를 위해 규율을 갖춘 민병대가 필요한 까닭에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은 이를 시대에 뒤처져 실제 의미를 상실한 조항이라고 보고 현실에 맞는 총기규제 강화를 추진한다.

그러나 총기업계의 로비,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반대 때문에 총기규제는 혁신적으로 강화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작년 유벨디 초교 참사 뒤 총기 소지자의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등 일부 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여야 타협의 결과로 대형 총기난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돌격소총(반자동소총)과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는 안은 빠졌다.

참사 뒤 충격과 분노에 빠진 여론을 달래려고 규제를 강화하는 시늉만 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일리노이주는 이달 반자동 총기와 대용량 탄창을 비롯한 공격용 무기 100여 종의 제조, 판매, 소지를 불법화했다.

그러나 이 또한 총기 규제 반대론자들의 반발로 수일 만에 소송에 직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