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권총 ‘글록’ 개발자 별세

현대 권총 대명사인 플라스틱 권총 선보여 일약 갑부 등극

경찰이 가장 많이 쓰는 총 됐지만 살인 등 범죄에도 악용

가스통 글록/Glock

현대 권총의 대명사인 글록 권총의 개발자 가스통 글록이 별세했다. 향년 94세.

뉴욕타임스(NYT)는 오스트리아 군수업체 글록사(社)의 웹사이트를 인용해 창업자인 가스통 글록이 27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글록이 1980년대에 발명한 글록 권총은 현재 미군을 비롯한 세계 각국 군대와 사법당국뿐 아니라 강력범죄자, 총기 옹호자들까지 널리 사용하는 무기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에서 기술 훈련을 받은 그는 이후 수동 드릴을 만드는 회사에서 일했다.

1963년 글록이 자신의 이름을 따서 세운 회사는 총기가 아닌 군용 칼이나 커튼 봉, 문 경첩 등을 생산했다.

그러던 1980년의 어느 날 글록은 오스트리아군 장교 두 명이 권총 계약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고선 부품 일부를 금속 대신 플라스틱으로 만든 경량 9㎜ 반자동 권총에 대한 특허를 냈다.

이 권총은 비에 젖거나 눈 속에 놔둬도 발사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견고했고 무엇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1982년 글록은 오스트리아군과 납품 계약을 체결했지만, 내수 시장이 작았던 탓에 미국에 진출하기로 결심했다.

초기에는 미국 총기업체들이 글록을 ‘플라스틱 권총’으로 깎아내렸고 미국 언론들은 공항 보안대에서 걸리지 않는다며 테러에 쓰일 수 있다고 비판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미국 내 범죄율이 급증하고 경찰이 총기를 많이 사용하게 된 1980년대 중반부터 미국 시장에서 글록의 수요가 급증했다고 한다.

NYT는 뉴욕시를 비롯한 미국 각지 경찰기관의 약 3분의 2가 글록 권총을 제식으로 채택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값싸고 상대적으로 가벼워 소지가 편하다는 점 때문에 일반인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았던 까닭에 글록은 경찰관이 가장 많이 쓰는 권총이면서도 역설적으로 총기난사 등 범죄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예컨대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와 2011년 청소년 등 77명을 살해한 노르웨이 극우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 등이 이 총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록은 권총 판매를 통해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고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 제조 공장을 세웠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7년 글록 권총의 전 세계 매출을 5억 달러(6437억원) 이상으로 추산했다. 글록은 같은 해 미국 내 전체 권총 판매량의 65%를 차지했다.

포브스는 글록의 개인재산이 2021년 기준으로 11억 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처럼 그가 개발한 권총은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무기 중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글록 자신은 대외활동을 자제하며 은둔 생활에 가까운 삶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그가 경호원들과 변호사, 금융인, 사용인들로 둘러싸인 채 오스트리아의 호숫가에 살았으며 1999년 동업자의 암살 시도에 노출됐을 때와 2011년 이혼하고 31살 연하 여성과 재혼했을 때 외엔 거의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