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안 나왔다면 나도 재선 단념”

선거자금 모금 행사서 “트럼프 승리하게 놔둘 순 없다”며 각 세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년 대선 도전이 없었다면 자신도 재선 도전을 접었을 수 있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백악관 공동 취재단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5일 매사추세츠주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만약 트럼프가 (내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다면 내가 출마했을 것으로 확신을 못 하겠다”면서 “우리는 그가 이기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2016년 공화당 후보로서 대선에서 승리해 2017∼2021년 집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에 패한 뒤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결과에 불복했고, 2024년 대선에 재도전하겠다고 작년 11월 선언했다.

자신의 재선 도전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출마와 연결한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집권 2기를 막는 것에서 자신의 주된 출마 명분을 찾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트럼프와 각을 세우는 것보다는 정책 성과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당내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대립구도 속으로 자신을 한 걸음 더 밀어 넣은 것으로 풀이된다.

액면 그대로 보면 고령 등 논란 속에서도 민주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사람은 자신뿐이라는 자신감을 보이는 동시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반트럼프 여론을 규합하려는 의도가 읽혔다.

그러나 향후 여론조사에서 계속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릴 경우 재선 도전의 명분이 약해질 것이라는 점에서 ‘재선 포기’까지 상정 범위에 넣은 ‘배수진’ 발언이라는 해석도 일각에서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두 사람의 양자 대결과 제3 후보를 포함한 3자 대결을 상정한 CNN 등 일부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오차범위 안에서 밀리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특히 바이든은 대선의 향방을 결정짓는 경합 주들에서 대부분 트럼프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선거 전략가 데이비드 액설로드 등 민주당 일부 인사들은 ‘후보 교체론’까지 제기하는 상황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처음 상원의원이 된 1973년 이래 강력하고, 강력한 이스라엘 지지자였다”며 10월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당한 지 얼마지 않아 이스라엘을 방문한 사실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자지구 이후(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를 모색해야 한다”며 “나는 가동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두 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로 공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