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옥수수와는 거꾸로…쌀값 크게 하락

올해 국제시장 가격 17%↓…연이은 풍작이 원인…베트남 농가, 돼지사료 쌀로 바꾸기도

밀과 옥수수 등 농산물 가격의 폭등으로 전 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지만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국가의 사정은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 아시아 국가들의 주식인 쌀은 올해 들어 국제시장 가격이 17%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밀과 옥수수 가격이 각각 37%, 27% 급등한 것과 비교한다면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이들 국가의 쌀 수확량은 올해에도 5억2천만 t에 육박할 전망이다.

기록적인 풍작이 이어지면서 각국 정부는 남아도는 쌀을 처분할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인도는 지난달 내수시장 가격 안정화를 이유로 밀 수출을 중단했지만, 쌀 수출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도 하지 않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돼지 사료로 가격이 올라간 옥수수나 밀 대신 값싼 쌀을 사용하는 농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국제시장에서 쌀 가격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도 쌀을 생산하지만, 국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곡물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WSJ은 비료와 연료 가격의 상승은 각국의 쌀 생산비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쌀농사 농가에 대한 아시아 각국의 넉넉한 보조금이 이 같은 부담을 상쇄한다고 지적했다.

쌀의 풍작은 세계 식량난 해소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 이라크는 최근 쌀 수입을 늘렸다. 또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올해 쌀 수입을 지난해보다 10%가량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WSJ은 각국의 식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쌀이 세계 식량난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FAO 소속 경제학자인 셜리 무스타파는 “스파게티를 먹는 사람들이 쌀로 카보나라를 만들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쌀값의 하락은 장기적으로 생산 감소를 촉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일본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쌀 대신 밀과 콩을 키우려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쌀을 생산하는 한 농부는 “비료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쌀 가격은 오히려 내려가고 있다. 농부들이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