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송환 ‘테라’ 권도형, 몇년형 받을까?

CNBC “소액 투자자에 피해 입힌 매도프 150년형”

비슷한 범죄 뱅크먼-프리드 최대 115년 구형 예상

나이 등 감안 25년형 가능성도…한국은 “고작 10년”

가상 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얼마나 중한 처벌을 받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몬테네그로 교도소에 수감중인 권도형이 미국에 인도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이 지난달 미국 대사에게 비공개를 전제로 권도형을 미국 사법당국에 넘기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권도형은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400억달러(한화 52조원) 이상의 피해를 준 가상 화폐 테라·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다. 한국과 미국 사법 당국은 모두 권도형이 지난 3월 몬테네그로 공항에서 체포된 직후 그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대로 권도형이 미국에 송환되면 한국보다 훨씬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도형과 비슷한 케이스로 꼽히는 가상화폐 거래업체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지난달 증권사기와 금융사기 7개 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 평결을 받고 내년 3월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경제 매체 CNBC는 “뱅크먼-프리드의 모든 혐의에 대한 법률상 최대 형량은 115년이며 담당 판사가 원칙주의자여서 높은 형량이 예상된다”면서 “200억달러의 피해를 안긴 폰지사기범 버니 머도프에게도 150년형이 선고됐다”고 보도했다.

반면 매체는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고령의 머도프와 달리 뱅크먼-프리드가 31세의 젊은 나이라는 점을 감안해 25년형 정도가 내려질 수도 있다”며 투자사기를 저지른 테라노스의 엘리자베스 홈스의 예를 들기도 했다. 미국 법원은 젊은 금융사기범에 대해서는 사회에 다시 기여할 기회를 준다는 명목으로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홈스는 존재하지도 않는 혈액 분석기술로 수십억불의 투자를 받았지만 법원은 징역 11년형만 선고했다.

권도형은 소액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는 머도프의 사례와 유사하지만 나이가 32세로 젊다는 점에서 100년형 이상은 받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권도형의 추정 사기액이 머도프의 2배 이상이고, 뱅크먼-프리드에 비해서도 4배 가량 많다는 점에서 25년 이상의 중형을 받을 것은 확실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권도형이 한국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징역 10년형 정도가 최고 형량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 검찰은 가상화폐 사기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기소하고 있는데 피해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최대 형량이 무기징역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총 피해액이 아니라 피해자 1인당 피해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이며 1인당 피해액이 5억원 이하면 징역 5년형에 가중 처벌을 하더라도 10년형 정도의 처벌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연 대표기자

루나·UST 폭락 사태와 권도형 대표 합성 이미지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