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 허점’ 파고드는 중국 쉬인·테무 무섭게 성장

“800달러 이하 수입품 패키지 관세 면제 제도 악용”

테무 로고
테무 로고 홈페이지 캡처

중국 할인 쇼핑앱 쉬인과 테무가 800달러 이하 수입품 패키지에 대한 관세 면제라는 미국 무역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미국 내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800달러(약 108만원) 이하의 수입품 패키지는 미국에서 ‘최소 기준 면제'(de minimis exemption)로 불리는 간소화된 절차로 관세 없이 통관된다.

미국은 2016년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해 관세 면제 한도를 200달러에서 800달러로 올렸다.

지난달 30일 끝난 2023회계연도에 이런 절차를 적용받은 패키지가 2019회계연도의 두 배인 10억 개를 넘었는데, 중국 할인 쇼핑앱 쉬인과 테무가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들 중국 회사는 대부분의 제품을 미국에 대형 물류창고를 세워 재고를 쌓아두는 대신 중국에서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는데, 지난 5월 쉬인의 평균 주문 금액은 71달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식으로 들여오는 4달러짜리 티셔츠, 10달러의 헤어드라이어 등 저렴한 제품으로 수천만 명의 미국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시장정보제공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쉬인의 미국 내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올해 3분기 3020만명으로 2021년의 두 배를 넘었다.

테무는 이보다 빨라 출시 1년 만에 쉬인의 사용자 수를 넘어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쇼핑 앱 중 하나에 올랐다.

미국 무역단체 전미섬유협회(NCTO)의 킴 글래스 대표는 “최소 기준 면제는 세계 최대 암시장으로, 놀랍게도 미국 정부에 의해 합법화됐다”며 “통제를 벗어난 산불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는 의류업체 갭과 아마존, 월마트 등 미국 기업에는 압박이 되고 있다.

아마존은 웹사이트 트래픽이 감소했고 갭의 한 임원은 8월 실적 발표 때 쉬인이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얼 블루머나워(민주당) 하원의원이 최소 기준 면제 대상에서 모든 중국산 제품을 배제하는 내용의 초당적 법안을 발의하는 등 미 의회에서는 대책이 마련되고 있다.

이에 쉬인도 올해 2분기 연방정부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1분기의 두 배인 60만달러를 쓰는 등 대응에 나섰다.

쉬인 로고
쉬인 로고 홈페이지 캡처

쉬인 측은 중국 신장자치구 지역에서 위구르인들의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가 없다”며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