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코카콜라 ‘조지아 커피’, 일본기업 된 이유는?

조지아일본협회, 막강한 네트워크와 로비력으로 주류사회 ‘장악’

일본 정부 조직적 지원 주효…정계부터 기업까지 ‘친일파’ 만들어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조지아 커피'(Georgia Coffee)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본사가 있는 코카콜라 산하의 캔커피 브랜드이다.

하지만 ‘조지아 커피’는 100% 일본 기업으로 본사 역시 일본에 위치해 있다. 지난 1975년 코카콜라 일본지사가 처음 소개한뒤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내놓아 현재 일본 1위 캔커피 브랜드가 됐으며, 일본 내에서 코카콜라 전체 판매량보다 2배나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본에서 ‘조지아 커피’를 론칭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은 당시 애틀랜타 본사의 태평양사업 담당 부사장이었던 이언 윌슨이다. 1975년 당시 조지아주에 45억달러 가량을 투자했던 일본 정부는 조지아주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류사회 인사들에 대한 네트워킹에 나섰고, 코카콜라 등 기업 관계자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코카콜라는 윌슨의 주도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캔커피를 처음 만들기로 했고, 일본은 이 커피에 ‘조지아’라는 이름을 붙여 일본-조지아 우호를 상징하게 했다.

조지아 커피 론칭 이후 일본 기업의 대 조지아 투자는 크게 늘어 4년 뒤인 1979년 85억달러로 급증했다. 마침 같은 해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조지아일본협회(Japan-America Society of Georgia)가 창립되면서 일본의 본격적인 조지아주 ‘공략’이 시작됐다. 이 협회는 지난 40여년간 조지아주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일본 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조지아일본협회는 일본인 위주가 아니라 조지아주 정치인들과 일본 및 미국기업 관계자, 로컬정부 지도자,  조지아 교육-문화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비영리단체로 이사 중에는 한인 인사도 포함돼 있다. 또한 조지아주에 진출한 일본 기업과 미국 대기업들이 ‘기업 스폰서’로 참여해 재정적인 기반도 튼튼하다.

협회는 매달 비즈니스 네트워킹 행사를 열고, 정기적인 일본어 교육을 실시하며, 매년 한인타운인 귀넷카운티에서 일본축제도 개최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인회와 한인상공회의소, 한국교육원 등이 하는 일을 모두 해내는 것이다. 또한 협회 주요 행사에는 일본 총영사가 참석해 민관 합작 공공외교의 모범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조지아일본협회 등을 통해 구축한 주류사회 네트워크를 통해 일본 정부는 조지아주에서 막강한 로비력를 갖추게 됐다. 지난 2017년 애틀랜타 다운타운의 민권센터가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허용하자 일본 정부는 애틀랜타상공회의소와 시정부 관계자, (조지아일본협회 이사인) 주의원 등을 동원해 반대 로비를 펼쳤고, 결국 민권센터는 갑자기 입장을 바꿔 소녀상 건립허가를 취소했다.

그래도 소녀상은 한인 시의원이 있는 브룩헤이븐시에 들어섰고, 미국 남부 유일의 일본군 위안부 기념 조형물로 기록됐다. 이에 충격을 받은 일본 정부와 총영사관은 일본-조지아 입법 코커스라는 ‘친일’ 주의원 모임을 추진했고 2019년 4월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코커스를 발족시켰다. 당시 시즈노카 다카시 일본 총영사는 ‘친한’  정치인으로 잘 알려진 마이크 글랜턴 주하원의원과 브룩헤이븐시 관계자들을 일본에 공식 초청하는 등 적극적인 대 한국 외교전을 펼치기도 했다.

일본 정부와 조지아 일본 커뮤니티가 이러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동안 한국 정부와 한인 커뮤니티는 무엇을 했는지 뒤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미국에서도 드물게 한인 주의원이 있는 조지아주에서 한국 관련 의원모임 대신 ‘친일’ 코커스만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 애틀랜타총영사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무능이고, 알면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면 태만이다.

또한 한인 커뮤니티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한인회나 한인상공회의소 등 구분도 모호하고 하는 일도 비슷한 단체들을 모두 통합해 조지아일본협회처럼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단체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볼 때이다.

이상연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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