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수녀에 낙태 강요하는 사제들에 눈 감아”

성학대 성직자 추적단체 기자회견서 “교황이 성학대자들 두둔” 비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직자의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서도 수년간 실질적인 조처를 취하는데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13일 가디언에 따르면 성학대 성직자 추적단체 ‘비숍어카운터빌리티’의 공동창립자 앤 바렛 도일은 이날 로마에서 기자들을 만나 “교황은 혐의를 받는 학대자들을 두둔하는 반복적 패턴을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2019년 이후 발생한 10건의 성직자에 의한 성학대 사건에서 교황이 사실상 가해자들의 편을 들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도일은 “교황이 개혁에 진심이 아니라거나 교황청 내 반대에 막혀 있다는 게 아니다. 난 그가 개혁에 반대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내놓은 조처는 별다른 효과가 없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성직자 성범죄 피해자 출신의 활동가 도리스 라이징거는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사상 처음으로 수녀를 대상으로 한 일부 성직자들의 성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이 문제에 맞서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황은 낙태를 살인청부에 비교하며 공개적으로 규탄했지만, 수녀들에게 낙태를 강요하는 성직자들에는 눈을 감았다”면서 성범죄 피해를 당한 많은 수녀들이 교단에서 쫓겨나 노숙자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과 관련해 교황청은 아직 구체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13년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8년 칠레 전직 신부의 성범죄를 은폐한 의혹을 받는 후안 바로스 주교를 두둔하는 발언을 해 거센 비난을 받자 공개 사과하고 성비위를 저지르는 가톨릭계 인사들을 척결하는데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왔다.

2021년에는 미성년자 성범죄를 저지른 성직자 처벌을 명문화하는 등 38년 만에 교회법을 개정하기도 했으나, 활동가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도해 도입한 여러 대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비판해 왔다.

‘가톨릭의 포용’ 강조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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