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연구진 “나이 들수록 신체 활동 많이 해야”

인간의 진화가 남긴 신체 활동 ‘손상 반응’ 메커니즘 주목

세포ㆍDNA 손상→치유성 손상 반응→암, 당뇨병 등 예방

운동은 신체 활동을 늘리는 좋은 선택이다.
운동은 신체 활동을 늘리는 좋은 선택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운동의 건강 증진 효과가 어떤 생리적 과정을 거쳐 나타나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버드대 과학자들이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이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런 에너지 재분배는 실제로 심혈관 질환, 2형 당뇨병, 암 등의 만성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하버드대의 진화생물학자 대니얼 리버먼(Daniel E. Lieberman)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2일(현지 시각)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실렸다.

비만과 T세포
비만과 T세포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CD8+ T세포(적색)는, 비만한 생쥐(하단)보다 비만하지 않은 생쥐(상단)의 종양(청록색)에 훨씬 더 많다. [하버드의대 Ringel 등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논문의 교신저자인 리버먼 교수는 “늙으면 느린 속도로 적게 일하다가 어느 날 은퇴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지만, 우리의 결론은 정반대”라면서 “나이가 들수록 신체적 활동을 유지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올해 57세로 조깅 애호가인 리버먼 교수는 달리기를 하면서 논문의 뼈대가 된 가설을 발전시켰다고 한다.

이 연구는 고령자의 신체 활동 부족이 질병 위험을 높이고 수명을 단축하는 이유를 진화생물학적 시각에서 설명한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연구팀이 관찰 모델로 선정한 건 인간의 사촌 격인 유인원(ape)이다.

원숭이는 야생에서 35∼40년을 살지만, 암컷이 폐경기를 넘겨 살아남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죽을 때까지 생식 기능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인간은 원숭이보다 훨씬 더 활동적이다.

인간이 원숭이보다 오래 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늙어서도 더 활발하게 신체 활동을 하는 쪽으로 ‘진화적 선택’이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아프리카 중동부 탄자니아에서 침팬지 무리의 행태를 연구한 경험이 있는 리버먼 교수는 “근본적으로 인간은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es)에서 진화했다”라고 지적했다.

‘카우치 포테이토’는 온종일 집안에서 빈둥거리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지칭한다.

리버먼 교수의 눈에 비친 탄자니아의 침팬지들은 카우치 포테이토와 아주 흡사했다.

이와 극명히 대조되는 사례는, 하루 평균 135분(현재 미국인의 6∼10배)을 신체 활동에 쓰는 아프리카의 수렵채취인이다.

아동기를 무사히 넘긴 수렵채취인은 보통 70세까지 사는데 이는 자녀 갖기를 중단하는 연령에서 약 20년을 더 사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수렵채취인의 활발한 신체 활동이 부분적으로 그 이유를 설명한다고 제안한다.

놀랍게도 인간의 화석 증거는 이런 형태의 수명 연장이 4만 년 전에도 흔했다는 걸 보여준다.

신체 활동이 가져오는 건강 증진 이익의 핵심은 ‘건강 수명(health span)’의 연장에 있다. 건강 수명은 건강한 상태에서 삶을 영위하는 기간을 말한다.

뇌혈관의 혈류 방향을 결정하는 칼슘(분홍색)
뇌혈관의 혈류 방향을 결정하는 칼슘(분홍색)/메릴랜드 의대 Thomas Longden /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평생의 신체활동이 에너지를 재분배하는 두 가지 경로를 시험하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과도한 지방 축적과 같이 유해한 메커니즘으로부터 잉여 에너지를 빼앗아 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신체 활동을 통해 DNA 등의 수리 및 유지 과정에 에너지가 배분되는 경로다.

신체 활동은 칼로리만 태우는 게 아니었다.

신체 활동은 생리학적 스트레스와 함께 분자, 세포, 조직 수준의 신체 손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인체가 더 강하게 되려면 이런 손상 반응이 꼭 필요했다.

복구를 위한 근섬유의 파열이나 연골 손상, 치유 과정의 미세 골절 등이 바로 이런 경우였다.

인체의 손상 반응은 또 항산화 물질과 항염증 물질의 분비를 유도하고 혈류를 촉진했다.

실제로 세포와 DNA의 손상은 이런 손상 반응을 거쳐 당뇨병, 비만, 암, 골다공증, 알츠하이머병, 우울증 등의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신체 활동이 없으면 손상 반응의 활성도가 확연히 떨어졌다.

리버먼 교수는 “인간이 진화한 결과로, 건강한 노년을 보내려면 신체 활동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 포인트”라면서 “건강과 보기 좋은 몸매를 위한 신체 활동으로 운동을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인의 신체 활동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첨단 기술과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신체 활동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

리버먼 교수팀의 제안은, 의자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