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초대석] ‘추모의 벽’에 귀기울인 한국 보청기 대부

심상돈 스타키코리아 CEO, 박선근 회장 초청으로 애틀랜타 방문

사재 출연해 워싱턴 DC ‘한국전 추모벽’ 건립 입법운동 지원 약속

25년째 한국 보청기시장 1위…장애인 지원-사회환원 활동도 열심

한국 보청기 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심상돈 스타키코리아 대표가 박선근 한미우호협회장 초청으로 애틀랜타를 찾았다.

지난 1983년 보청기 업체인 동산실업을 설립해 업계에 발을 들인 심 대표는 세계 최초로 귀속에 장착하는 보청기를 개발한 미국 스타키히어링 본사의 제안으로 1996년 한국지사인 스타키코리아의 초대 대표로 취임했다.

이후 스타키코리아는 25년간 부동의 한국 보청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세계 50개국 지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려 세계 보청기 업계에서도 주목하는 기업이 됐다. 28일 둘루스에서 기자와 만난 심 대표는 “전세계에서 자국 보청기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지사는 스타키코리아 밖에 없다”면서 “”전세계 지사장 가운데 가장 키가 작고, 영어도 가장 못하고, 키도 가장 작은 사람이 이뤄낸 성과라 더욱 관심을 받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창립 이후 현재까지 25년째 경영을 맡고 있는 심 대표는 한국 기업인 가운데 ‘최장수 CEO’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심 대표는 수익에만 집중하는 경영방식을 벗어나 한국 청각 보조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한 ‘의식있는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과감하게 경쟁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한편  경쟁력 있는 업체는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갔다.

특히 심 대표는 서울 성동구 왕십리 고향 선배이자 카투사 ‘고참’인 박선근 회장과 함께 워싱턴 DC의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건립의 기틀을 놓은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2011년 미국 출장길 델타항공 여객기 안에서 우연히 읽은 신문기사를 통해 추모의 벽 건립이 추진된다는 소식을 듣고 이 운동에 동참하기고 결심했다.

심 대표는 “건립을 추진하던 한국전 참전용사기념재단 윌리엄 웨버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원방법을 문의했다”면서 “700만달러 이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 100점을 기증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의 미술품은 당시 감정가로 500만달러 가량이었기 때문에 웨버 회장을 비롯한 재단 관계자들은 심 대표의 기증 증서를 첨부해 연방의회에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했었다.

심 대표는 “당시 해당 법안이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하면서 그림을 기부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내년 7월 추모의 벽 완공에 앞서 한국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통해 추모의 벽 기금모금 미술전시회를 열어 해당 작품의 판매 수익 전액을 기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와 동석한 박선근 회장은 “카투사 후배인 심 대표가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 건립을 위한 기폭제 역할을 했다”면서 “현재 미네소타주에서 추모의 벽 구조물이 제작되고 있는데 미군 전사자와 카투사 전사자가 구분되지 않고 이름 순서로 함께 추모의 벽에 새겨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추모의 벽에는 미군 전사자 3만6574명과 카투사 7200명의 이름이 새겨지는데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미군과 카투사 전사자의 이름이 구분없이 함께 기록된다는 것이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지는 추모의 벽 구조물은 한국전 기념공원 내에 설치되며 건립기금으로 2200만달러가 소요된다.

지난 1979년부터 3년간 카투사로 복무했던 심 대표는 2007년 대한민국카투사전우회를 창립해 초대회장에 취임했고 2010년에는 3대 회장을 다시 맡기도 했다. 그는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영어를 배워 미국 기업의 한국 지사장까지 됐다”면서 “미국 참전용사재단 관계자들이 ‘한국전 당시 카투사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미군 전사자가 2배로 늘어났을 것’이라는 말하는 것을 듣고 카투사 전사자를 기념하는 것이 값진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청각 산업에 종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인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심 대표는 한국장애인부모회 후원회 공동대표와 한국청각장애인협회 후원회장 등을 맡으며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를 위해 스타키코리아 사옥에 공연 및 휴식 시설인 ‘장애인 부모 쉼터’를 마련해 각종 공연과 웰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장애인 가족을 위한 문화체험 행사도 정기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심 대표는 “평생 보청기 업계에서 일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사회환원이라는 사명을 잊은 적은 없다”면서 “은퇴한 뒤에도 의미있고 보람된 일을 찾아 전력을 다할 계획이며 미국도 자주 찾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심상돈 대표(오른쪽)와 박선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