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DNA 첨단기술이 35년 한 풀었다

텍사스 ‘오스람’ 연구소가 피살 한인 여성 신원확인

연방 보조금으로 비용 지불…미국 거주 가족에 통보

지난 1988년 2월 14일 조지아주의 한 농촌지역의 쓰레기 수거함(dumpster)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한인 여성 김정은(Chong Un Kim)의 신원이 첨단 과학기술을 통해 35년만에 확인됐다.

사건을 담당한 조지아주 수사국(GBI에 따르면 그동안 피해자의 신원도, 용의자도 특정하지 못해 미제사건(cold case)으로 분류됐던 이 사안에 불빛을 제시한 것은 텍사스주 우드랜즈에 위치한 ‘오스람(Othram)’연구소이다.

이 연구소는 자체 개발한 DNA 프로파일 기술인 ‘법의학 게놈 시퀀싱(Forensic-Grade Genome Sequencing)’을 이용해 마침내 김씨의 신원을 확인해냈다. 오스람은 이미 연방 정부와 주정부의 의뢰를 받아 수십명의 신원미상자를 정확하게 밝혀내 신뢰를 얻어왔다.

사건 초기 경찰은 부패한 김씨의 시신에서 추출한 지문과 치아 정보를 이용해 전국실종자등록시스템(NamUs)을 검색했지만 김씨는 이 시스템에 등록돼 있지 않았다. DNA 인식기술이 발달한 후에 GBI는 다시 시신에서 추출한 DNA를 연방수사국의 DNA 종합 데이터베이스인 CODIS에 대조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일치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올해 초 시신이 발견된 조지아 동남부 시골도시인 ‘밀렌’의 이름을 따 ‘제인 밀렌 도(Jane Millent Doe)’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김씨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됐다. 연방 법무부가 후원하는 미제사건 해결 정책인 ‘프로젝트 저스티스’가 이 사건의 오스람 연구소 의뢰를 위한 기금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

오스람의 첨단 기술은 박테리아에 의해 오염된 DNA 샘플에서도 신원 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게놈을 추출할 수 있었고, 35년 된 DNA로 결국 김씨의 신원을 밝혀냈다. 발견 당시 김씨의 시신은 비닐 랩에 싸여 덕트 테이프에 묶인 채 여행용 가방에 넣어진 상태였다.

한편 GBI는 김씨의 가족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고 한국 정부에도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틀랜타총영사관 관계자는 본보에 “GBI가 우리 정부에 사망자에 대한 정보 협조를 요청해왔다”면서 “사망자의 가족은 미국에 거주하는 자매(sister)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김씨의 시신이 담겨 있던 여행용 가방/DNASolves 제공
피해자 김정은씨/GBI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