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인회, 회칙 개정 절차는 지켜야”

첫 이사회서 회관관리운영위, 수석부이사장 신설’ 추진

발의부터 회칙 위반…의견 개진한 기자에 “발언권 없다”

역대 최대 규모인 55명의 이사진과 함께 의욕적으로 출발한 제35대 애틀랜타한인회 이사회(이사장 이경성)가 첫 정기이사회에서 한인회 회칙 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옥에 티’를 남겼다.

지난 25일 열린 이사회에서 사회를 맡은 홍육기 수석부이사장은 2건의 회칙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를 시도했다. 첫번째 개정안은 회칙 41조의 ‘한인회관 건립위원회’를 ‘한인회관 관리/운영위원회’로 바꾸는 것으로 건립위원회가 임무를 종료한 상황이어서 관리 및 운영을 위한 대체 기구가 필요하다는 데 이사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위원 숫자를 놓고 이사들 간에 이견이 나타났고, 결국 표결을 통해 한인회 집행부가 제안한 총 5명의 위원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한 기자가 회칙 개정 절차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고, 사회를 맡은 홍육기 수석부이사장이 “이사가 아닌 사람은 발언권이 없으니 자리에 앉으라”고 반박하면서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결국 이사 가운데 한 명이 회의실 밖에서 해당 기자의 멱살을 잡고 폭언을 퍼붓는 사태가 발생했고 해당 기자는 가슴과 목 등에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기자는 “현 회칙에 나와있는 개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을 뿐”이라고 전했고 문제를 일으킨 이사는 이사회 말미에 발언을 신청해 사과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어 홍육기 수석부이사장은 제24조의 ‘이사회 임원’ 항목과 관련해 수석부이사장 직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상정했고 이사회는 이 역시 통과시켰다. 홍 수석부이사장은 “오늘 통과된 회칙 개정안은 오는 12월 정기총회에서 정식으로 통과될 것이며 그 이전에는 이사회 통과로 효력이 발생한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일부 이사들은 개정안 통과 절차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고 한 이사는 “한인회 회칙을 홈페이지나 단체 카톡방에 올려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다른 이사들도 개정 절차가 적합했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인회 회칙을 살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현 애틀랜타한인회 회칙 제56조에 따르면 회칙 개정을 위해서는 한인회 이사 과반수나 정회원 100명 이상이 서면요청을 통해 발의를 해야 한다. 따라서 이날 홍 수석부이사장의 단독 발의를 통한 개정은 현 회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

또한 발의안을 서면으로 접수받은 이사장은 회칙개정위원회를 구성하고 1회 이상의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이후 개정안은 전체 이사회 안으로 총회에 제출돼 정회원 100명 이상의 출석과 출석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된다. 이에 따라 홍 수석부이사장의 “이사회 통과로 효력이 발생한다”는 선포 자체도 한인회 회칙에 위배된다.

한 한인회 원로는 기자에게 “회관 관리운영위원회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회칙 개정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말고 회장 직권으로 위원회를 신설한 뒤 천천히 정식 개정 절차를 밟으면 된다”면서 “특히 수석부이사장 자리 하나를 만들기 위해 개정안을 밀어부치는 것은 누가 봐도 지혜롭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이경성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