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위험 경고하면 살해위협까지”

보건 관리 20여명 사직 ‘엑소더스’…조지아주도 테러 협박

마스크 의무화했다고 집앞 시위…SNS에 조작 사진 유포

미국의 보건관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대책 때문에 위협에 시달리면서 일선을 떠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 “코로나19 대유행에 (생활이) 중단되자 시민과 정치인들이 보건관리들을 비판하고 있다”면서 전국적으로 보건관리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미카운티·시보건당국자협회(NACCHO) 로리 트레멜 프리먼 회장은 “최근 몇 주 새 해임됐거나 사직 또는 은퇴한 보건관리가 20명을 넘는다”면서 “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서 엄격한 방역전략을 시행하거나 지지해야 했던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니콜 퀵 공공보건국장은 지난달 마스크 의무화 지침을 내렸다가 집 앞에서 시위가 벌어지는 등 위협에 시달리자 지난 8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같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보건책임자 바버라 패러는 지난달 자택대기령을 일부 지역에서 3개월 더 연장할 수도 있다는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눈 밑에 다크서클을 짙게 그린 조작된 사진이 ‘내가 본 가장 안 건강한 사람’이라는 문구와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확산하는 일을 겪었다.

조지아주에서는 공중보건국장에게 매일 살해위협이 쏟아져 무장경호원이 붙었다.

오하이오주에서는 에이미 액턴 공공보건국장이 방역대책 때문에 한 달 넘게 비방이 계속되자 지난 11일 사임하고 자문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대인인 액턴 국장은 무장시위대가 집까지 찾아와 반유대주의 문구와 성희롱 문구를 들고 서 있는 일까지 겪었다.

공화당 소속 주 상원의원 한 명은 페이스북에 오하이오주가 나치독일이 되는 것을 막겠다고 올려 물의를 빚었고, 다른 의원은 액턴 국장을 ‘독재자’라고 불러 논란이 됐다.

콜로라도주에서는 최근 보건관리 4명이 자리를 떠났는데 이 가운데 2명은 코로나19에 더 주의 깊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해고됐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한 카운티 관리가 보건장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면서 그가 트렌스젠더라는 사실을 들어 “여자처럼 옷 입은 남자 말 듣기 지친다”고 말했다가 사임하기도 했다.

WP는 “코로나19 봉쇄 조처가 폭넓게 시행되면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진다”면서 “이미 재원과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보건관리들이 집과 일터에서 항의와 빠른 봉쇄 완화를 원하는 정치인의 압력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방역대책 때문에 한 달 넘게 비방에 시달리다가 11일 사임한 미국 오하이오주 에이미 액턴 공공보건국장.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