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전국 매장 곳곳서 담배 퇴출

“보건 당국 규제 강화·매장 효율화 여파로 수익성 떨어져”

미국 내 4700여 개의 매장을 거느린 미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미국 일부 매장에서 담배 퇴출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 보도했다.

이번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는 월마트 경영진의 수년에 걸친 내부 토의 끝에 일부 지역에서의 담배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으며, 실제로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아칸소, 뉴멕시코 주의 몇몇 매장은 매대에서 담배가 치워지고 있다고 WSJ에 전했다.

월마트의 대변인은 이와 관련, “공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선별된 월마트 매장에서 담배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며 “우리는 효율적인 사업을 영위하는 한편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보건 당국이 매년 발생하는 48만여 건의 사망이 담배와 연관돼 있다고 밝히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까닭에 담배 판매는 최근들어 미국 대형 유통 체인들에 있어 까다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월마트 매장
필라델피아의 월마트 매장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월마트에서 담배 판매에 따른 수익성이 매장 전면부에 포진한 사탕류 등 다른 품목보다 떨어지는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규제에 따라 담배는 잠금 장치가 된 상자에 보관하거나 쇼핑객들과 차단된 공간에서 훈련을 받은 특정 성인 직원이 판매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도난도 빈번히 일어나 오히려 매장 전체의 수익을 갉아 먹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월마트 매장들은 또한 최근 들어 매장 효율화와 인력 감축 차원에서 셀프 계산대를 늘리는 추세라 별도의 판매 직원이 필요한 담배가 오히려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월마트에 앞서 일부 미국 유통업체들은 벌써 수년 전부터 일찌감치 담배 판매를 중단한 바 있다. 타깃 코퍼레이션은 1996년부터 매장에서 담배를 퇴출했고, 미국 최대 약국 체인인 CVS 헬스도 연간 20억 달러의 수익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2014년부터 매장에서 담배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월마트에서 판매되는 비중을 미 전역의 담배 판매의 5%로 추산하면서, 월마트의 이번 결정이 담배 업체들의 전체 판매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연간 담배 판매 규모는 950억 달러(약 116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담배 구입은 주유소나 편의점에서 이뤄진다.

한편, 월마트는 최근 몇 년 사이 총기 사용 문제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내부 논의 끝에 총기류 판매에서도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 왔다고 WSJ은 소개했다.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이후에는 21세 이상의 고객만 총기를 살 수 있도록 구입 연령을 상향했고, 2019년 텍사스 엘패소 월마트 매장에서의 총기 난사 사건 이후에는 매장에서 반자동 무기와 권총 판매를 중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