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노출 유니폼이 더 편한 선수도 있다…자율성이 중요

일부 선수들 비키니 유니폼 선호, 각자 편한 유니폼 입으면 된다

비치발리볼에 출전한 스페인 국가대표 선수들.
비치발리볼에 출전한 스페인 국가대표 선수들. [AP=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을 전후로 여자 선수들의 유니폼에 대한 논란이 많이 일었다.

독일 여자 체조 선수들은 기존의 원피스 수영복에 긴 소매를 덧댄 레오타드 유니폼 대신 하의가 발목까지 내려오는 유니타드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이는 여자 선수들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일부 잘못된 시선에 경종을 울리고, 여자 선수들에게 유니폼을 선택할 권리를 넓혔다는 점에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또 이번 도쿄올림픽은 아니지만 이달 초 불가리아에서 열린 유럽 비치 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 노르웨이 여자 선수들이 비키니 유니폼 착용을 거부해 벌금이 부과된 일도 화제가 됐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올림픽 주관방송인 OBS 대표이사는 “선수들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하는 등의 장면이 예전에는 가끔 나갔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선수들의 이미지를 지나치게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부분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비치발리볼, 체조, 수영, 육상 등의 종목은 비교적 노출이 심한 유니폼 때문에 TV 중계 영상이나 사진에 선정적인 모습으로 비쳐질 때가 많았다.

비치발리볼 남자 선수들 유니폼.
비치발리볼 남자 선수들 유니폼. [AFP=연합뉴스]

미국 신문 USA투데이는 31일 ‘왜 일부 여자 선수들은 아직도 올림픽에서 노출이 심한 유니폼을 입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노출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비치발리볼의 경우 (비키니가 아닌) 반바지나 더 긴 옷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하며 미국 국가대표 에이프릴 로스와 앨릭스 클라인만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이들은 노출이 있는 유니폼을 더 선호한다면서 그 이유로 “더 편안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로스는 “더운 날씨에 모래 위에서 경기하는데 옷 안으로 모래가 들어가면 불편하다”며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유니폼을 입을 수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클라인만 역시 “만일 노출이 덜한 유니폼이 더 편한 선수는 그런 유니폼을 입으면 된다”고 간단한 해법을 제시했다.

긴 하의를 입고 경기하는 독일 체조 선수.
긴 하의를 입고 경기하는 독일 체조 선수. [AP=연합뉴스]

체조도 마찬가지다.

USA투데이는 “독일은 4월 유럽선수권 때 이 유니폼을 처음 선보였는데 당시 인터뷰에서 ‘보기에도 좋고, 착용감도 훌륭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반면 미국의 시몬 바일스는 “나는 키가 작은 편이라 레오타드 유니폼이 더 좋다”며 “하지만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유니폼을 입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세인트 프랜시스 하비에르 대학교의 인간 운동학 교수인 샬린 위빙은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노출이 심한 유니폼이 경기력에 유리한 부분이 있다면 남자 선수들도 당연히 그런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며 “이런 식의 (남녀 차별적인) 유니폼 규정이 스포츠의 이런 문화를 더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빙 교수는 또 “경기 단체들은 (선정적인 영상·사진을 원하는) 미디어 탓을 하지만 그런 문화를 고착화하는 규정을 바꿔야 한다”며 “미디어 역시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이탈리아 체조 선수.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이탈리아 체조 선수. [AP=연합뉴스]

USA투데이는 미국 스케이트보드 대표인 머라이어 듀랜의 “나는 보드에 오를 때 소녀나 소년의 느낌보다 스케이터가 된다”는 말을 전하며 “선수들의 노력 역시 성적 대상이 아닌 올림피언으로 보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비치 핸드볼 대회 노르웨이 선수들의 ‘유니폼 저항’으로 국제핸드볼연맹(IHF)에서 “이런 유니폼과 관련된 다양한 토의와 피드백을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