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인줄 알았는데…이 나라 항공사 ‘최악’

캐나다 양대 항공사, 장애인 홀대로 도마…정시 운항률도 나란히 꼴찌

항공기 탑승용 계단을 몸으로 기어 오르는 사라 모리스-프로버트씨 [CTV 홈페이지]
항공기 탑승용 계단을 몸으로 기어 오르는 사라 모리스-프로버트씨 [CTV 홈페이지]

캐나다의 양대 항공사가 또 장애인 승객을 홀대한 사건이 발생해 빈축을 사고 있다.

캐나다 CTV 방송에 따르면 지난 18일 멕시코 휴양지 카보산루카스 공항 활주로에서 캐나다 웨스트젯 항공기에 탑승하려던 여성 장애인이 휠체어 이동용 브리지를 제공해 달라는 요청이 거절당하자 몸으로 탑승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연출됐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내륙 도시 켈로나에 사는 사라 모리스-프로버트(여) 씨는 당시 멕시코에서 장기 휴양을 마치고 귀국 길에 올라 공항에 도착했으나 항공사의 무관심으로 휠체어용 브리지를 이용할 수 없었다.

활주로 한편에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이동식 브리지를 발견하곤 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항공사 측은 브리지를 기체 앞으로 옮겨 달라는 모리스-프로버트의 요청을 거절하고, 대신 2명의 직원이 항공기용 휠체어에 그를 앉혀 탑승 계단 위로 들어 올려 이동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모리스-프로버트는 불안하고 무서워 이 제안을 따를 수 없었다. 항공기용 휠체어가 원래 무거운 데다 자신을 태워 옮기는 직원들이 미덥지 못했다고 했다. 무엇보다 안전하지 않은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항공사 측이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자 그는 몸으로 탑승 계단을 오르기로 작정했다.

그는 순간 “좋다. 뒷걸음질로 한 스텝씩 내가 나를 올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내 그는 몸을 뒤로 돌려 앉아 엉덩이와 팔을 이용해 거꾸로 기어 기체에 올랐다.

그동안 다른 승객들은 활주로에서 버스에 앉은 채 뒤로 몸을 옮기는 그를 지켜보았다고 한다. 철제 계단은 더러웠고 자신에 쏠린 시선도 불편하기만 했다.

그는 “모욕적이고 자존심이 상하고 역겨운 일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동계 스포츠 분야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한 캐나다 대표 선수 출신이다. 현재 BC주 눈 스포츠 단체의 대표를 맡아 일하는 현역 체육인이기도 하다.

웨스트젯은 성명을 통해 모리스-프로버트에게 브리지를 제공했어야 한다고 유감을 표시하면서 “상황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브리지를 이용할 수 없는 사정으로 대안을 제시했으나 모리스-프로버트가 이 도움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항공사의 제안은 안전하지 않았고, 필요한 브리지가 눈앞에 버젓이 있었다고 반박, 항공사 주장을 일축했다. 웨스트젯은 캐나다 2위 항공사다.

최근 캐나다에서는 최대 항공사인 에어캐나다가 장애인 승객이 기내 복도를 기어 이동하게 하는 등 항공사가 장애인을 무시하거나 홀대해 물의를 빚는 일이 잇달았다.

한편 에어캐나다와 웨스트젯이 북미 10대 항공사의 정시 운항률 순위에서 나란히 꼴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CTV에 따르면 항공 정보업체 시리엄(Cirium)이 지난달 북미 항공사의 정시 운항률을 조사한 결과 에어캐나다는 전체 운항편의 28%에 해당하는 8700편의 착륙이 지연돼 조사 대상 10개 항공사 중 9위였다.

또 캐나다 2위 항공사인 웨스트젯이 전체 항공편의 29%가 예정 시간보다 늦게 착륙, 지연 운항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두 항공사의 정시 운항률은 70%를 약간 상회한 수준으로 이는 북미 10대 항공사 평균 80%에 크게 미달하는 수준으로 지적됐다.

델타,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등 미국 주요 항공사의 정시 운항률은 모두 85%를 상회했다.

그러나 북미 항공사들의 정시 운항률은 세계 다른 지역 항공업계의 정시 운항률과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CTV가 전했다.

다만 에어캐나다의 경우 전달 정시 운항률 68%보다는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

에어캐나다는 그동안 항공관제사 부족, 기상악화 및 항공 수요 증가에 따른 과부하 운항 등으로 경영 회복 및 개선에 애로를 겪었다.

에어캐나다 항공기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