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8 May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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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버스] 실종자 수색 해병대원 사망 미국이라면?

조지아주 조례 어긴 구조물에 사망…”3500만불 배상하라”

구명 조끼 없어 사망 해병대원, ‘국가유공자 예우’만 약속

본보 이상연 대표기자가 한국 매체 뉴스버스에 기고한 칼럼을 전재한다./편집자주
지난 19일 미국 조지아주 풀턴카운티 법원은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중국계 미국인 존 창과 레베카 주 부부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밀턴시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밀턴시가 원고들에게 3,500만달러(한화 약 445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미국 조지아주 밀턴시청(City of Milton)
조지아주 밀턴시청(City of Milton)

부부는 지난 2016년 아들 조슈아 창이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밀턴시가 도로에 설치해 놓았던 화단에 충돌해 사망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예일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조슈아는 겨울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왔고 친구를 만난 뒤 집으로 돌아오다 길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사슴을 피하려다 화단을 들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조사 결과 조슈아는 사고 당시 술이나 마약을 하지 않았으며 휴대폰을 쓰거나 과속을 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의 변호사는 “시 조례에 따르면 위험한 도로에 화단 등 고정 시설을 설치하는 것은 불법”이라면서 “문제의 화단은 그 자리에 10년 이상 설치돼 그동안 많은 사고를 유발했지만, 시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법원이 명령한 배상금은 단일 교통사고와 관련해 정부에게 부과된 금액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지난 2020년 백인 경찰의 이른바 ‘무릎 누르기’에 의해 사망해 미국 전역을 분노하게 했던 조지 플로이드 유족에게 지급됐던 배상금도 2,700만달러로 이번 사건의 배상금 보다 적다.

이 판결과 같은 날 한국에서는 폭우 사태 지원에 투입된 해병대 제1사단 소속 채수근 일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도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병대는 당시 부대원들에게 구명조끼도 지급하지 않고 무리하게 작전에 투입했고, 채 일병은 거센 물살 속에서 수색을 펼치다 실종된 후 결국 숨진채 발견됐다.

해병대는 특히 폭우 실종자 수색 및 구조에 전혀 경험이 없는 포병 병력을 투입했고, 구명조끼 등 안전장비도 없이 부대원들이 손을 이어잡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인간띠’ 방식으로 수색을 실시했다. 현장의 소방 관계자들이 이같은 수색을 만류했지만 이를 무시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고(故) 채수근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장병 4묘역에서 거행되고 있다.
고(故) 채수근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장병 4묘역에서 거행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국가유공자로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겠다”고 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는 미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연방정부와 해병대를 대상으로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또한 조사 결과 공직자의 명확한 책임이 드러날 경우 형사 처벌과 함께 민사를 통한 구상권 청구도 가능하다.

특히 미국은 공무원 개인에 대한 직접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지 않는 한국과 달리 연방 수정헌법 8조에 따라 불법 압수수색이나 가혹행위 등 수사 당국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경우 정부는 물론 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직접 손해배상을 할 수 있는 ‘비벤스 청구(Bivens Claim)’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웹스터 비벤스라는 시민이 6명의 FBI(연방수사국) 요원들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의 판결에서 “‘모든 잘못에는 반드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법원칙에 따라 정부의 잘못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시민은 모든 수단을 통해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