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출신 한인이 세계 최악 ‘식물도둑’ 된 이유는?

가디언, 캘리포니아서 복역·재판 중인 ‘다육식물 도둑’ 김병수씨 조명

희귀한 ‘두들레야’ 등 한국에 밀수출…한국서 ‘세탁’해 전세계로 수출

미국서 여권 압수당했지만 LA총영사관서 재발급받아 멕시코로 도주

남아공 입국해 2000그루 밀렵하다 체포…미국으로 송환돼 재판 받아

가디언지는 20일 캘리포니아주에서 희귀식물인 두들레야 등 다육식물을 채취해 한국으로 밀수출하려다 잡혀 재판을 받고 있는 김병수(46) 씨를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다육식물 도둑’이라고 지칭하며 김씨 사건을 조명했다.
다육식물들
다육식물들 2019년 4월 21일 서울 서초구 aT화훼사업센터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다육식물 전시회.

여러 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돼 이미 캘리포니아주 샌타애나 교도소에서 복역한 김씨는 줌으로 진행된 재판 선고공판에 철심으로 턱을 고정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한국인인 김씨는 미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이미 2년 이상을 복역한 ‘다육식물 국제 밀매업자’이자 두 대륙에서 가장 악명 높은 화초 밀렵꾼이다.

하지만 검찰 측은 무지 탓이라는 김씨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미 다육식물 밀렵 혐의를 받고 있던 2019년 기소를 피해 멕시코로 달아난 적이 있고, 이후 남아공에서 100년이 넘은 희귀 다육식물 등 2000 그루 이상을 불법 채취한 혐의로 체포되는 등 상습적인 다육식물 밀렵꾼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또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김씨의 수출 기록을 보면 그가 2013년 이후 50차례 이상 미국을 드나들면서 야생식물 12만 그루 이상을 채취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김씨의 범죄는 무지 탓이 아니라 끝없는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변호인 제레미 레셈은 변론서에서 김씨는 다른 나라에서 채취한 식물을 자기 농장에서 키우고 싶어했던 것이라며 가난하게 자란 그는 희귀 식물들을 두 딸의 학비를 벌 수 있는 수단 정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김씨가 한국에 팔아넘긴 장물 다육식물들은 한국의 고급 화원에서 문제없는 제품으로 ‘세탁’돼 중국과 동남아, 심지어 미국의 구매자들에게 되팔린다고 보도했다. 김씨와 같은 밀렵꾼들의 도움으로 한국이 세계적인 다육식물 수출국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법 당국의 김씨 기록에는 대학에서 농업을 공부한 농부 출신인 그가 어떻게 미국 사법 당국에 쫓기는 신세가 됐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김씨는 아내와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슬하에 16세와 6세 딸을 두고 있다.

두들레야/캘리포니아야생보호국 CDFW 제공

법원 기록에 따르면 그는 2018년 10월 멕시코로부터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두 명의 조수와 함께 도착했고, 이어 캘리포니아 북부 공원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다육식물들을 채취하고 이를 한국으로 보내려 했다.

그러나 그가 수많은 백팩과 플라스틱 상자 등에 다육식물들을 채취해 저장하는 동안 캘리포니아주 환경 당국은 이미 그들을 주시하며 뒤쫓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주 어류야생동물국은 김씨가 다육식물 채취를 마치고 두들레야 등 약 117㎏을 한국으로 수출하기 위한 허가 서류를 받자마자 이들을 체포하고 불법 채취한 다육식물들을 압수했다.

압수된 다육식물은 신고된 무게의 배가 넘는 272㎏ 이상이며 그 수도 3715그루나 됐다.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다육식물 밀렵이 급증하자 2018년 이후 단속을 크게 강화했다.

김씨는 2019년 5월 다육식물 밀렵 등 혐의로 연방 정부 수사망에 포착되고 여권까지 압수당했으나, 여권을 분실신고 후 재발급받아 도보로 멕시코로 도주한 뒤 중국을 통해 한국으로 귀국했다.

하지만 그는 5개월 후 다시 남아공에 나타나 최고 250년 이상 된 희귀 다육식물 등 2000 그루 이상을 불법 채취했다가 붙잡혔으며, 재판을 받는 동안 그가 미국에서 같은 혐의로 수배 중이라는 사실이 남아공 사법 당국에 통보됐다.

그는 남아공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납부와 1년 복역 후 미국으로 송환됐다.

미국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으나 변호인은 그가 복역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고 말이 통하지 않는 교도소에서 다른 재소자의 폭력으로 크게 다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북부 크레센트시티에 있는 구금시설로 이송돼 주법원에서 다육식물 절도 혐의와 2019년 기소 중 해외 도피 혐의 등 다른 추가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고 있다.

사법당국이 공개한 김병수씨(왼쪽)와 도주중인 공범 백영인씨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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