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 피살 한인여성 추모 전시회 열린다

크리스티나 유나 리, 지난 2월 숨져…”증오범죄에 목소리 내야”

일라이 클라인 미술관에서 열린 크리스티나 유나 리 추모 전시회의 카탈로그

“그는 하나의 비극보다 더 큰 맥락에서 기억될 가치가 있는 사람.” 한인 크리스티나 유나 리를 기억하기 위한 전시회가 열린 일라이 클라인 설립자가 전한 말이다.

CNN에 따르면 18일 크리스티나 유나 리가 뉴욕 차이나타운 아파트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지 두 달이 지난 가운데 가족과 친구들은 그녀의 삶을 추모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진행된 것은 맨해튼의 Eli Klein(일라이 클라인) 갤러리에서 열렸다. 이 곳은 유나 리가 10년 쯤 전에 일했던 곳이다.

전시는 9명의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계 아일랜드인(AAPI)들의 작품으로 진행됐다. 유나 리가 직접 만든 예술품도 전시에 포함됐다.

수익금 일부는 ‘크리스티나 유나 리 메모리얼 펀드’에 기부될 예정이다. 이 펀드는 그녀에게 중요한 일들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갤러리의 설립자인 일라이 클라인은 “예술은 유나 리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고 나는 가능한 한 그녀의 유산을 지키고 기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유나 리는 지난 2월의 어느 늦은 밤 그의 아파트를 따라 들어간 노숙자의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증오범죄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는 아시아계를 노리는 폭력사건이 증가해왔다. 지난해 12월 미국 경찰은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범죄가 전년대비 361%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나 리가 피살된 곳에서 1마일(1.6km)도 채 안 되는 곳에 살고 있던 전시회의 큐레이터 스테파니 메이황은 충격을 받은 감정을 처리할 전용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필요했다.

유나 리가 사망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추모비가 훼손된 것을 보며 온전히 슬퍼할 곳을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의 죽음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내 삶을 영위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유혜나의 ‘나는 미국을 찾으러 갔다’ 작품 사진(일라이 클라인 전시회)

때문에 유나 리를 기리기 위해 펼쳐진 전시는 비극과 폭력의 주제를 담고 있다.

이를테면 예술가 유혜나의 작품 ‘나는 미국을 찾으러 갔다’ 시리즈 중 하나는 간장으로 얼룩진 신문 스크랩으로 접은 총 모양을 하고 있는데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폭력을 상세히 묘사한 작품이다. 이는 애틀랜타 스파에서 벌어진 총격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작품이다.

메이황은 “우리를 진정으로 도울 수 있는 건 우리 자신이고 우리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최근 아시아계를 향한 범죄가 심각한데, 그 슬픔을 고립된 상태로 느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무언가로 발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크리스티나 유나 리를 추모하는 것을 넘어 인종간 차별과 혐오에서 촉발된 범죄 근절을 위한 ‘그녀의 목소리로, 지구의 바닥을 관통’ 전시회는 6월5일까지 뉴욕 일라이 클라인 갤러리에서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