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국가서 애틀랜타 실상 폭로하겠다”

코리안 페스티벌 참가차 방문한 한국 공연단, 한인회와 갈등

부실한 행사에 졸속 진행…”차라리 K팝 페스티벌 열었으면”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개최된 2021년 애틀랜타한인회 코리안페스티벌이 사상 초유의 졸속 진행과 부실한 준비로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방문한 공연팀이 운영미숙과 계약위반을 이유로 주최측인 한인회와 갈등을 빚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한인회의 요청으로 행사 보안을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페스티벌 현장을 끝까지 지킨 김영우 한인안전기동대장 등에 따르면 한국에서 한복 패션쇼를 위해 방문한 세계여성문화예술진흥회 관계자들은 25일 오후 김윤철 한인회장과 큰 다툼을 벌였다.

한복쇼 홍보를 위해 자비로 애틀랜타를 방문한 이들은 한인회가 그나마 약속했던 라이드와 관광 등 서비스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며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지켜본 한인 인사는 “이들이 ‘한국에 돌아가서 언론 등에 애틀랜타의 실상을 낱낱이 알리겠다’고 말해 얼굴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이틀간 열린 페스티벌 행사는 개막식과 K팝 관련 행사 및 족구대회를 제외하고는 참여도가 극히 저조했고, 전용 경기 테이블까지 구입한 팔씨름 대회는 참가자가 없어 예정일인 25일에 열리지 못했지만 26일 K팝 아이돌들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공연 참석자들을 초청해 시범을 보이는 등 준비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했다. 외국인 K팝 동호인들이 대거 참가한 K팝 경연대회도 심사위원이나 진행요원도 없이 참가자들이 스스로 무대를 이끌어나갔다.

김영우 대장은 기자에게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외국인 젊은이들끼리 행사를 진행해 나갔다”면서 “한인회 관계자들은 얼굴도 비추지 않고…지금까지 이런 코리안 페스티벌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한숨을 지었다. 그는 “한국이 좋고 K팝이 좋아서 순수한 마음으로 찾아온 젊은이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줘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K팝 경연대회에 참가한 젊은 팬들의 이같은 열기를 볼 때 차라리 이번 행사를 K팝 페스티벌로 만들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5일 오후 페스티벌에 참석했던 한 한인 부부는 기자에게 현장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제보하며 “둘루스 페스티벌에 가려다 그래도 한인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찾았는데 세상에 이런 엉터리 행사는 처음 보았다”면서 “야외 무대의 배너는 이미 내팽개쳐져 있었고, 음식 부스도 창피한 수준이어서 왜 이런 행사를 열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사실 4~5개의 음식 부스 가운데 절반은 한국 오뚜기 식품에서 무료로 제공한 김치전 가루 등을 소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어서 제대로 된 음식을 기대하기는 처음부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들의 지적처럼 이 정도 수준의 행사가 강행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한국문화를 알리고 한인들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명분을 살리기에는 준비와 운영이 너무 부실했고, 한국에서 참가한 K팝 아이돌과 한복 패션쇼 공연팀 등이 모두 자비로 방문을 했지만 각종 부대비용이 발생해 실리 면에서도 타산이 맞지 않는 행사인데도 무리하게 개최된 이유가 여전히 미스터리다. 혹시 코리안페스티벌이 개최됐다는 사실을 근거로 후원 등을 추가 확보할 가능성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실제 지역 한인 언론들은 코리안페스티벌이 아무런 문제도 없이 열린 것처럼 관련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언론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인회는 매체 당 800달러에서 최대 1600달러의 광고비를 집행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예산이 부족한 마당에 한인 미디어에 이같은 홍보비를 지불한 이유도 궁금해진다. 이 과정에서 공교롭게도 김윤철 회장은 한국 재외동포재단이 구성한 세계한인회장협회 운영위원에 선임됐다.

광고비 덕분인지 이번 코리안페스티벌은 문제없는 행사로 포장됐고, 그나마 문제점을 지적한 한 신문의 제목도 ‘절반의 성공’이 됐다. 하지만 이번 코리안페스티벌이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위상을 추락시킨 ‘완전한 망신’이라는 사실은 행사를 지켜본 관계자도, 해당 언론사의 기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상연 대표기자

K팝 경연대회 모습
야외무대와 버려진 배너/독자 제보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