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샌프란시스코한인회관과 애틀랜타한인회관

샌프란은 300만불 모금해 회관 리모델링…도산 선생 동상 건립도

회관 개보수 관심없는 애틀랜타…동상도 어쭙잖은 한국 이념 대결

1902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설립한 ‘한인친목회’가 모태가 된 샌프란시스코한인회(회장 김한일)는 지난 2월 야심찬 한인회관 리노베이션 계획을 발표했다.

건축 100년이 넘은 한인회관 건물은 낡아서 안전문제가 심각했고 한인사회가 제대로 활용할 수도 없어 내린 결정이었다. 한인회관 재건축을 공약으로 걸고 당선된 김한일 회장은 부모가 설립한 김진덕-정경식재단 명의로 100만달러를 기부했고, 재외동포재단이 50만달러를 보탰다. 김 회장은 “35년전 어렵게 한인회관을 매입한 선배들의 노력을 이어받고 앞으로 한인 차세대들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랑스러운 회관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모금 운동이 시작되자 지역 동포와 비영리단체들이 1달러부터 30만달러까지 다양한 액수를 기부했다. 최근 한국 유한양행이 10만달러를 기부하면서 목표 외부후원금 150만달러 가운데 100만달러 이상이 충당됐다. 총 공사비 300만달러 가운데 이미 250만달러가 모금된 것이다.

원래 유대인 문화회관이었던 한인회관은 288평 규모의 1층 건물로 이미 리모델링이 진행되고 있다. 한인회는 새로 지어진 한인회관에 도산 선생을 비롯해 이 지역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인 김종림 선생과 장인환, 전명운 의사, 유일한 박사와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우당 이회영 선생의 동상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이들 독립운동가들을 가상으로 만나볼 수 있는 미니 역사박물관도 마련될 예정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2500마일 떨어진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지난 2014년 세계 최대 규모의 한인회관을 마련했다는 기쁨에 한껏 부풀어올랐다. 2층 건물인 애틀랜타한인회관의 규모는 4만2000스퀘어피트(1180평)로 샌프란시스코 보다 4배 가량 크며 부지만 9에이커(1만평)가 넘는다.

불에 탄 구 한인회관 부지 매각과 화재보험금을 100만달러를 마련하고 20만달러의 재외동포재단 지원금을 받은 뒤 나머지 매입자금은 모두 한인사회의 기부로 충당했다. 샌프란시스코한인회관 처럼 이전 선배들의 노고로 종잣돈을 마련하고 한국 정부와 지역 한인들의 기부만으로 모기지 융자없이 클로징을 마쳤다.

하지만 규모에 비해 헐값인 대신 ‘있는 상태 그대로(As Is)’로 매입된 애틀랜타한인회관은 샌프란시스코 만큼 개보수가 필요한 건물이었다. 비만 내리면 온 건물에 비가 새고, 건물 내외부에 고칠 곳이 수두룩했지만 회관 매입에만 전력을 다한 탓인지 이후 한인회장들은 리노베이션을 생각도 하지 못했다.

김백규 건립위원장이 회관 보수를 위한 모금 캠페인을 벌였지만 한인사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해 주중광 박사 내외가 40만달러를 쾌척해 겨우 비가 새는 지붕을 수리하고 당장 보수가 필요한 부분을 고치게 됐지만 자금 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한인회장과 건립위원장의 이견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한인회관이 어쭙잖은 한국 정치 다툼의 축소판으로 변질돼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동상 건립 경쟁을 하는 상황까지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한인회관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면서 불거진 애틀랜타판 좌우 대결에서 ‘좌파’에 졌다고 생각한 ‘우파’들은 한인회관 내에 이승만과 맥아더 동상을 세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석연찮은 개입으로 재선이 사실상 결정된 현 이홍기 한인회장도 이러한 계획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자칫 한인회관에서 이념 대결이 벌어지는 꼴불견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이번 한인회장 선거과정에서도 “이번에는 우파가 한인회관을 차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인사회를 위해 생애를 바쳤던 도산 안창호 선생 등 미주 독립운동가들의 동상이 들어서는 샌프란시스코한인회관과 이념에 매몰돼 한국 정치의 바람을 타고 동상 건립을 추진하는 애틀랜타한인회관. 과연 어느 건물이 한인들에게 자긍심을 주고 차세대에게 정체성을 심어줄 수 있을까?. 애틀랜타한인회관의 개보수에 지역 사회가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도 혹시 이러한 비전이 없는 까닭은 아닐지 한인사회 리더들이 새겨봤으면 한다.

대표기자

샌프란시스코한인회관 리모델링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