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추억이 ‘고통’ 줄인다…부부·연인 갈등 완화

어린 시절 본 만화나 사탕  보여주며 열자극 고통강도 비교

관찰자 ‘뇌 시상’ 부위 노스탤지어 정보 통합 후 고통 통제

옛 모습이 남아있는 대전 동구의 한 골목길

옛 추억을 생각하며 향수에 젖는 것이 고통을 줄여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28일 미국 CNN에 따르면 중국 과학원과 랴오닝 사범대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정이 고통을 느끼는 것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내용의 공동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신경과학저널(JNeurosci) 최신호에 수록된 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34명의 시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오래된 만화, 어린 시절 게임, 복고풍 사탕처럼 향수를 자극하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와 동시에 열(더위) 자극을 가하고 그때 느끼는 고통의 정도를 MRI로 쟀고, 이 과정을 똑같이 현대적 물건들이나 풍경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면서 반복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불러일으킨 사진들을 볼 때 고통을 더 약하게 느꼈다. 연구를 이끈 중국과학원 조 야즈후오 공 박사는 “사람들은 불쾌한 자극을 제거하거나 줄이는 대신,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관리할 수 있다”면서 “고통스러운 경험을 재구성하기 위해 옛 추억에 잠기는 향수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공 박사는 “향수는 사람들이 삶에서 쉽게 인지할 수 있는 긍정적인 감정”이라면서 “예를 들어,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한 사진을 볼 때 행복하고 평온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선행 연구들도 향수의 심리적, 정서적 이점을 보여준다. 심리학 학술 저널인 ‘심리학 프론티어’에 발표된 한 연구는 향수에 잠겨 자신의 추억을 글로 옮기는 과정에서 만성적 고통을 갖고 있던 이들의 고통의 강도가 약해진 것을 보여줬다.

현재까지 향수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생물학적인 메커니즘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뇌의 작용을 보기 위한 MRI 사용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 박사에 따르면 뇌의 시상이 향수로 인한 통증 완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상은 간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백질부다. 감각이나 충동, 흥분이 대뇌 피질로 전도될 때 중계 역할을 해 ‘뇌의 중계국’으로 불린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이 시상이 옛 추억 정보를 통합해 통증 반응을 조절한다. 옛날 추억의 사진을 보는 것은 또한 뇌에서 고통을 담당하는 두 영역의 활동을 감소시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옛 사진뿐 아니라 음악, 영화, 특정한 스토리, 냄새, 맛도 이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과학자들은 추억(노스탤지어)을 부부나 연인 사이의 갈등을 완화하고 만족감을 높이는 데 활용하는 것을 연구 중이다.

하지만 일부 연구자는 옛 추억이 모두에게 고통 경감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일부 연구들은 “향수는 개인적인 감정과 경험에 기초한 것이며 옛 추억의 빈도와 강도에 따라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