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숨이 점점 가빠진다?…폐 굳는 ‘간질성페질환’ 의심

뚜렷한 원인 없는 ‘특발성 폐섬유증’ 많아…”증상 없는 초기여도 정기 추적관찰 필요”[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A(65)씨는 약 6개월 전부터 마른기침과 약간의 호흡곤란 증상이 시작됐지만, 일시적인 증상으로 생각해 진료를 차일피일 미뤘다. 하지만 처음에 견딜 만했던 호흡곤란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고, 매일 해오던 뒷산 산책도 할 수 없게 됐다. A씨는 “그리 가파르지 않은 뒷산인데도 언젠가부터 숨이 차올라 더는 오르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결국 병원을 찾은 A씨는 최근 ‘간질성 폐질환’을 진단받아 치료 중이다.

A씨가 진단받은 간질성 폐질환은 폐에서 산소 교환이 일어나는 폐포(허파꽈리)와 혈관 사이에 있는 벽인 간질 조직에 염증반응이 발생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반복적인 염증이 폐의 형태를 변형시키고, 딱딱하게 만들어 폐섬유화 등의 이상 증상으로 악화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드문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고령화 추세 속에 인구 10만 명당 유병률이 80명 정도에 달할 정도로 환자가 늘었다,

간질성 폐질환의 발병 원인으로는 류머티즘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의 폐 침범이나 항암치료 약물과 방사선 치료에 의한 폐 손상이 꼽힌다. 먼지에 노출되는 직업이나 환경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폐섬유화 반응을 늦출 수 있는 항섬유화 약물 성분인 피르페니돈이나 닌테다닙을 사용해 폐 기능의 감소를 줄일 수 있다.

간질성 폐질환은 200가지의 세부 질환을 통칭하기 때문에 증상도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는 걸을 때 숨이 찬 게 특징이다.

이런 증상은 특히 비탈이나 계단을 오를 때 더욱 심해진다. 호흡곤란의 경우 급격하게 악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한다. 기침은 제법 심하지만, 가래는 있더라도 색이 투명한 점액성인 경우가 많다. 증상이 폐렴과 비슷하기 때문에 간질성 폐질환을 폐렴으로 오인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간질성 폐질환을 진단하려면 기본적으로 흉부 X-선(엑스레이) 검사와 CT(컴퓨터 단층촬영) 검사가 필요하다. CT 검사에서 간질성 폐질환이 의심되면 세부 분류를 위해 폐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폐 조직검사는 전신마취 후 흉강경을 이용해 수술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수술 없이 조직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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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질성 폐질환 환자는 질병의 진행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인 폐기능 검사도 받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관지내시경과 기관지페포세척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기관지페포세척술은 이상이 있는 폐포와 기관지를 생리식염수로 세척해 가래를 뽑아내는 검사로, 가래의 성분을 분석함으로써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치료는 병의 종류와 중증도에 따라 결정된다.

기침, 가래가 심할 경우 거담제나 진해제를 사용할 수 있고 병의 종류에 따라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질환은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 치료에 호전되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만성적으로 폐섬유화가 지속돼 치료가 잘 안되는 경우도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박종선 교수는 “최근에는 건강검진에서 CT를 시행한 후 증상이 없는 초기 상태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수년에 걸쳐 서서히 병이 진행돼 증상을 나타낼 수 있는 만큼 정기적으로 추적관찰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폐섬유증에 대한 다양한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 나이가 젊다면 폐이식 수술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간질성 폐질환이라면 금연이 필수적이고, 감기나 폐렴에 걸렸을 경우 기침, 가래, 호흡곤란 증상이 갑자기 악화할 수 있어 독감과 폐렴 예방주사를 미리 맞는 것이 좋다”면서 “평소 균형 잡힌 식사와 운동으로 몸 상태를 잘 유지하고, 증상 악화 요인 중 하나인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