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줄리아드 음대 피아노과 첫 아시안 교수 이소연

가수 겸 변호사 이소은 친언니…”이렇게 빨리 기회 올 줄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게 삶의 목적…최선 다하고 싶다”

줄리아드 음대 교수 임용된 피아니스트 이소연
줄리아드 음대 교수 임용된 피아니스트 이소연 [Colbert Artists 매니지먼트]

“저에게 줄리아드는 너무 따뜻한 곳이에요. 음악가로서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한 ‘음악의 집'(Musical Home) 같은 곳이죠. 18살 때부터 저를 늘 지켜본 교수님들이 저를 초대해주셔서 너무 감동 받았습니다.”

피아니스트 이소연(43)이 미국 명문 줄리아드 음대 피아노과 교수로 임용됐다. 이 학교 피아노과에서 아시아 여성 교수는 처음이다.

줄리아드 음대에서 학사·석사 및 아티스트 디플로마 과정을 거친 이소연은 2004년 콘서트 아티스트 길드 콩쿠르와 2010년 나움버그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08년에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6천여 개의 팩 주스 조각으로 만들어진 재활용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수 임용 소식에 누구보다도 동생이 기뻐했다고 한다. 동생은 가수이자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이소은(40)이다.

“소은이가 기뻐서 소리를 질렀어요. 소은이는 기쁨도, 성공도, 아픔도 100% 함께 나누는 솔메이트인데, 저보다 더 흥분한 것 같았습니다.”(웃음)

피아니스트 이소연
피아니스트 이소연 [Colbert Artists 매니지먼트]

이렇게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엄마는 항상 성공이나 잘 하는 것에서는 자존감이나 자신감을 얻지 말라고 하셨고, 아빠는 자신감은 안에서 우러나오는 거라고 하셨죠. (살아오면서) 그게 정말 중요했고 좋은 답이 됐어요. 뭐가 좀 안 될 때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죠.”

그러면서 그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장 환경이) 억누르지 않고 자유로웠다. 내 안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해준 부모님께 너무 감사드린다”며 “학생들에게도 자기 안을 들여다보고 목소리를 찾으라고 한다. 또 남과 비교하지 말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어 “물론 노력은 필수다. 열심히 하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인생에서 음악의 의미를 묻자 “죽을 때까지 함께할 친구”라고 했다. “9살에 미국에 갔는데 영어는 안 되고, 친구도 없는 상태에서 아시안이라고 왕따를 당할 때 음악은 항상 곁에 있어 준 고마운 친구다. 앞으로 음악을 더 잘 알게 되고 더 우정이 깊어가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현재 신시내티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오는 7월 줄리아드 교수진에 합류하게 된다. 신시내티 음대에서 가르치는 학생이 많아 내년까지는 두 곳에서 모두 학생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이소연은 줄리아드 음대를 꿈꾸는 이들을 향해 “줄리아드가 좋은 곳이지만 줄리아드만 좋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음악을 왜 하는지 생각하고, 음악가로서 사회에 뭘 줄지를 생각해야 한다. 배울 자세가 되어 있으면 어디를 가든 상관없고, 좋은 음악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아니스트 이소연
피아니스트 이소연 [Colbert Artists 매니지먼트]

그는 음반사 낙소스를 통해 스카를라티, 리스트, 스크랴빈, 클레멘티의 음반을 발표했으며, 프레데릭 제프스키를 비롯해 마르크 앙드레 아믈렝, 가브리엘라 레나 프랭크 등 현대음악가들의 작품을 세계 초연했다.

현대음악가들의 작품을 많이 선보인 이유에 대해 그는 “현대곡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툴(tool·도구)”이라며 “지금 우리가 아는 클래식 음악은 당시 현대곡이었다. 현대곡을 연주하는 것은 오늘의 음악가로서 꼭 해야 할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소연은 8살 아들과 4살 딸을 두고 있다. 그는 “지금처럼 열심히 음악가로서 교수로서 엄마로서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 또 지금까지 느끼고 배운 것들을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전달해주고 싶다. 적은 노력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삶의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항상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국적은 미국이지만 저의 마음과 정서, 열정은 한국인이죠. 이 작은 나라에서 어마어마한 재능이 나오는 게 자랑스러워요. 한국을 빛낸다는 것은 항상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