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바 법무장관에게 “내가 미운거지?”

‘선거사기’ 부정하자 따져…바 “이렇게 된 건 주변 광대 탓” 돌직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사기 주장을 부정한 충복에게 “내가 미워서 그러냐”고 따졌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2020년 대선 당시 법무부를 이끌었던 윌리엄 바 전 장관이 비망록에서 대선 직후 백악관의 상황을 소개했다고 보도했다.

비망록 발췌본에 따르면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충돌한 것은 2020년 12월 1일 오후였다.

언론을 통해 법무부가 선거 사기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기사를 접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 전 장관을 호출했다.

당시 만남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분노를 억누르기 위해 애를 쓰는 인상이었다는 것이 바 전 장관의 회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언론 보도 경위에 대해 바 전 장관이 “기자의 질문에 사실대로 답한 것일 뿐”이라고 답하자 ‘노 코멘트’라고 답할 수 있는 질문에 왜 그런 식으로 말을 했느냐고 화를 냈다.

그러면서 “당신은 트럼프를 미워하는 게 분명하다. 트럼프를 미워하지 않는다면 이랬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 바 전 장관의 회상이다.

이에 대해 바 전 장관은 “저는 당신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당신을 돕기 위해 제가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했는지 아시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바 전 장관은 ‘법무부가 무능하기 때문에 선거 사기를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난에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전 측근들의 선거 사기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사기의 증거가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반박했다는 것이 바 전 장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바 전 장관은 “현재 대통령님이 이런 입장에 처하신 것은 제대로 된 법률가들을 주변에 두지 않고, 광대들을 옆에 뒀기 때문”이라고 맞받아쳤다.

바 전 장관의 돌직구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마도 그럴 수도 있지”라는 반응을 보였다.

바 전 장관은 대화 주제를 바꿨지만, 얼마 있지 않아 다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신경을 건드렸다.

법무부의 수사 일정과 관련한 대화 중 바 전 장관이 “향후 바이든 행정부에서…”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고함을 질렀다.

이에 대해 바 전 장관이 “화가 나셨다면 사표를 낼 용의가 있습니다만…”이라고 말을 하자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리됐음”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말까지 그를 충직하게 보필하는 모습을 보였던 바 전 장관의 사표 소동은 이후 백악관 관계자들이 나서서 무마했지만,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월 14일 트위터로 바 전 장관의 경질을 공표했다.

바 전 장관이 쓴 저서 ‘꼬리를 물고 일어난 사고들 : 어느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은 오는 8일 출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