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기괴한 ‘미스터리’, 한인 살인사건 남은 의문점은?

피해자, 7월 말 사망해 한달 이상 방치됐을 수도

“종교집단 아닌 일가족 사기”…추가 피해 조사도

지난달 12일 둘루스 한 한인사우나 주차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한국 여성 조세희씨(31) 살인사건과 관련, 용의자 3형제의 어머니 이미희(54)가 추가로 체포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미희 가족이 장남의 친구이자 용의자 가운데 한명인 에릭 현(26)을 경제적으로 착취하고 고문까지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건의 반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본보는 애틀랜타 한인사회에서 일어난 기괴하고 ‘미스터리’한 해당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을 정리했다.

◇ 피해자 도대체 언제 사망했나?

지난 12일 에릭 현의 재규어 승용차 트렁크에서 숨진채 발견된 조세희씨는 지난 7월 18일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 입국해 이미희 가족의 로렌스빌 주택을 스스로 찾았다. 조씨 가족과 이미희 가족이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씨의 어머니는 이들 가족에게 딸을 “잘 부탁한다”고 당부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지난 11일 귀넷카운티 법원에서 열린 영장심사에서 검찰은 조씨의 사망일자가 경찰 발표보다 훨씬 빠른 7월 말일수도 있다고 밝혔다. 담당 정한성 검사는 “에릭 현이 지난 7월 24일 지역 장의사 한 곳에 ‘시신을 어떻게 맡길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고 공개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미희의 장남 이준호(26)와 약혼녀 이현지(25) 등은 조씨의 어머니가 귀국한 직후 곧바로 조씨를 상대로 10일 과정의 ‘입교 의식(admission ritual)’을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조씨가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로 체포된 이미희는 피해자가 고통받는 것을 알면서도 물을 공급하지 않았고 치료도 받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검사는 법정에서 “시신이 발견되기 2주전인 8월 26일경 이준호 등이 인터넷으로 ‘구더기(maggot)’ 제거 방법을 검색했다”고 덧붙였다. 수사 당국은 이들이 조씨의 시신을 불태운 이유도 부패 등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용의자들이 왜 매장 등으로 처리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한편 조씨의 어머니는 지난달 말 다시 입국해 귀넷 경찰로부터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종교단체 아닌 일가족 범죄인가?

용의자인 에릭 현의 변호사 데이비드 보일은 이번 사건을 “이미희와 이준호 가족이 순진한 피해자(에릭)를 착취한 사기 행각”이라고 규정했다. 에릭 현을 제외한 6명의 용의자는 어머니인 이미희와 3아들인 이준호 준현(22) 준영(15), 이미희의 이종 조카인 이가원(26), 이준호의 약혼녀인 이현지(25)로 모두 친인척 관계다. 보일 변호사는 “이들은 에릭의 돈 수만불을 한국에 송금하게 했고 에릭의 크레딧카드로 7000달러 가까운 결제를 했으며, 에릭에게 스와니의 주택을 구입하도록 한뒤 이미희가 거주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가족이 출석하던 노크로스 한인교회 담임목사는 “이목사(아버지) 가족이 경제 문제로 미국에 이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목사가 지난 9일에도 교회 관련기업의 이사를 만나 ‘다시 일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고 말했다. 에릭 현이 거액을 송금한 한국의 인물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조사 중인 사항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장하는 종교단체 ‘그리스도의 군병’의 연루자는 체포된 용의자들 뿐이지만 보일 변호사는 “수사 당국이 다른 조직원을 수배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귀넷 경찰은 “조세희씨 살인사건과 관련된 용의자는 현재로서는 모두 체포했다”면서도 “수사 확대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경찰은 지난달 14일 기자회견에서 “이준호 3형제의 부모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지만 지난 3일 어머니 이미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급받아 11일 검거에 성공했다.

◇ ‘컬트 집단’ 규정…추가 피해자 없나?

경찰과 종교 전문가들은 이들의 범행 수법을 ‘컬트(사교)’ 집단과 연계시키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금식이나 기아를 강요하고 체벌과 고문 등으로 입교 의식을 거행하는 점 등이 컬트 집단의 행태라는 것이다. 특히 검찰이 ‘그리스도의 군병을 창설(form)했다’고 규정한 이준호는 약혼녀 이현지 등과 나눈 텍스트를 통해 에릭 현을 ‘넘버 4’, 숨진 조세희씨를 ‘넘버 5’라고 지칭했다.

경찰은 이같은 ‘번호 매기기’가 입교 의식을 치른 피해자들의 순서일 수 도 있다고 보고 추가 피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준호와 이현지는 조세희씨가 숨진 뒤 곧바로 자신들이 도와줬던 20대 초반의 조지아텍 한인 여학생을 타깃으로 삼아 단체에 가입시키려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 미성년자 등 혐의 그래도 유지되나?

경찰이 용의자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중범죄 살인과 불법감금, 증거 조작, 갱범죄 등 형량이 매우 높은 죄목들이다. 하지만 이같은 혐의는 경찰이 체포 당시 기초 수사에 의해 적용한 것으로 검찰의 기소 단계에서 변경될 수 있다. 정한성 검사는 “미국 형사법 체계에서 경찰이 적용한 혐의는 검찰의 기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기소를 담당하는 검찰이 독립적으로 기존 혐의를 없애거나 새로운 혐의를 추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자신도 피해자라고 밝힌 에릭 현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 실제 기소가 이뤄질지는 가늠할 수 없다. 경찰과 검찰이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는 이준호를 제외한 다른 용의자들에게는 형량이 낮은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형들을 따라 범행에 가담한 미성년자 이준영은 선처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이상연 대표기자

데이비드 보일 변호사가 에릭 현의 보석을 청구하고 있다.
태멀라 앳킨스 판사.
정한성 검사가 범행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